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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밀려난 사회학… 자기영역 埋沒 반성"
"현실에서 밀려난 사회학… 자기영역 埋沒 반성"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3.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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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부르디외'에게서 화두 찾은 한국 사회학자들

한국사회학회(회장 정진성 서울대)

한국사회학회(회장 정진성 서울대)는 지난달 27일 한국사회과학자료원(원장 한준 연세대)에서, 작고한 프랑스 사회학계의 거두 피에르 부르디외의 미발표 원고로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그의 제자인 로익 바캉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스승의 1993년도 미발표 원고에 ‘사회학을 찬미하다’라는 부제를 붙여 <Sociology>(영국사회학회지)를 비롯한 세계 13개 저명 저널에 출판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국내에서는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과)가 번역작업을 맡았다.

이번에 공개된 원고는 부르디외가 1993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금메달 수상식에서 발표한 연설문이다. 1954년 제정된 이 금메달은 ‘연구의 활력과 반향에 걸출한 공헌을 한 과학자’에게 매년 수여되는 것으로 대부분 노벨상 수상자와 자연과학자들에게 수여됐고 당시까지 문과계열의 학자로는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부르디외의 멘토이자 푸코의 스승인 철학자 조르주 캉길렘을 포함 6명만이 수상했다. 부르디외의 수상은 그의 사회학이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공공기관이 인정하는 독창성과 적합성을 확증받았다는 의미를 가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프랑스 학계가 마침내 사회학에 학문적 권위를 부여한 이 시상식에서, 부르디외는 오히려 자연과학, 인문과학에 비해 폄하되는 사회학의 지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점이다. 사회학을 견고한 경험과학으로 보는 부르디외는 연설문에서 “사회학은 타학문에 비해 ‘성찰적’이란 특징을 갖기에 사회제도들에 내제한 갈등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고안하는 데 있어 여타 학문들보다 더 강력한 모델과 이론을 생산해 왔다”고 주장하며, “1990년대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세계화, 신자유주의화, 소비사회화 등)에 사회학이 더욱 많이 요구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사당동 더하기 25』의 저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회학과)는 “재개발 지역, 도시를 개발할 때 사회학자들이 곳곳에서 발언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사회학자들을 저사용했다”라며, “사회학이 학문적, 현실적으로 밀려나는 오늘에 대해 사회학자들이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광기 경북대 교수(사회교육학과) 역시 “1980년대 대학의 꽃이라 불리던 사회학과는 경쟁 시대에서 뒤쳐졌다. 사회학자가 대중과 소통할 생각 없이 자신의 영역에만 매몰된 논문만 쓰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 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과)는 “인간과 사회 사이에 사회현실이란 수준의 것이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사회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해서 자꾸만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인문학적 근본 질문으로 돌아간다”라고 사회학이 당면한 고민을 짚어냈다. <사회학회지> 편집위원장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위기’는 1960년대부터 얘기됐다. 이번에 부르디외의 원고가 의미있는 것은 끊임없는 성찰을 요구하는 사회학의 특징으로 부르디외마저 의심해 보는, 그래서 새로운 한국적인 사회학을 시작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는 2013년, 새로 발견된 한 사회학 거장의 20년 전 원고는 현재 국내 문제진단에도 유효해 보여, 활로를 모색하는 국내 사회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윤상민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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