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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민심 나빠지자 YS, 언론에 ‘佛像’ 깜짝 공개 … 일반인에겐 아직 개방 안 해
1994년 민심 나빠지자 YS, 언론에 ‘佛像’ 깜짝 공개 … 일반인에겐 아직 개방 안 해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3.02.19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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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품은 백악산, 그리고 ‘미남佛’의 풍수정치학

▲ 면악, 공극산이란 호칭도 갖고 있던 백악산이 ‘백악’이란 이름을 되찾은 것은 2007년의 일이다. 이곳에 명물 ‘미남佛’이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의 핵심적인 상징인 청와대가 경무대 이래로 지금의 서울 세종로 1번지에 자리 잡은 것은, 이곳이 풍수지리학적으로 吉地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본관과 관저 등 신축공사가 한창이던 1990년 2월 20일 공사장에서 ‘天下第一福地’라는 명문이 새겨진 옛 표석이 발견됐다. 해석 나름이겠지만, 이는 청와대 터가 예로부터 풍수지리학적으로 하늘 아래 가장 복 있는 곳이라는 전언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땅은 背山이 필수적인데, 청와대를 다소곳이 품고 있는 산이 바로 백악산이다. 해발 342m의 이 백악산은 남쪽의 남산, 동쪽의 인왕산, 동쪽의 낙산과 함께 북쪽에 자리 잡은 서울의 主山이다. 그래서 북악산으로 더 잘 알려진 산이다.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뤄진 이 산은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에는 백악산으로 불리기도 했고, 이밖에도 산세가 좋아 面岳, 拱極산이란 호칭도 갖고 있다. 2007년 문화재청이 이 산을 명승 제 67호로 지정하면서 이름을 공식적으로 ‘백악’으로 명명했는데, 이는 조선시대이래로 오래 동안 불려왔던 이름을 재현키 위한 것이다. 백악산에는 이 산의 품격에 걸 맞는 ‘명물’이 하나 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석조여래좌상이 그 것이다. 석굴암 본존불을 닮은 이 불상은 하도 그 생김새가 수려하고 좋아 ‘미남佛’로 불리고 있는데, 그러나 그 이름과는 다르게 기구한 역정을 지닌 불상이다. 불상의 원래 자리가 이곳이 아니었고 몇 차례 옮겨왔기 때문이다.

이 불상은 1912년 지금은 사라진 경주의 남산, 옛 통일신라시대 절터에서 발견됐다. 1916년까지 조선총독을 역임한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이 불상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게 여의치 않자 남산 총독관저 왜성대로 옮겨놓은 것을, 1939년 총독관저가 백악산 아래로 이전하면서 6대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가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 불상은 이후 해방을 거쳐 1989년 청와대 대통령관저가 신축되면서 현재의 자리로 다시 옮겨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구한 역정의 불상인 만큼 그에 얽힌 얘기도 많다. 1994년 여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색적인 탐방을 하게 된다. 그 때까지 비공개지역이던 북악산이 기자들에게 깜짝 공개된 것인데, 청와대가 이 산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바로 ‘미남佛’ 때문이다.

1994년 그 해는 국가적으로 여러 우환이 겹쳐 민심이 흉흉했다. 구포역 열차사건에다 성수대교 참사, 충주 유람선 화재사고,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등 대형 참사가 연이어 터지면서 이상한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기독교신자인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관저 경내에 있던 ‘미남佛’을 북악산 기슭으로 내쳐 옮겼기 때문이라는 풍문이었다. 이에 청와대측은 기자들에게 이 불상을 공개하면서, 불상이 그 즈음에 옮겨진 게 아니고, 앞서 언급한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본관 신축공사 당시 옮긴 것임을 확인시켜준 것인데, 이를 계기로 이 불상이 반세기 만에 민간에 첫 공개된 것이다. 백악산 아래 청와대 본관을 현재의 장소로 신축해 옮긴 것과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구 본관 터가 나라를 놓고 보면 땅의 기운이 좋았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구 본관 사용 집권자는 일본총독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까지 말로가 좋지 않았던데 비해 신 본관 사용부터는 대통령은 괜찮았으나 IMF 사태 등 나라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백악산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기인 2007년 4월 민간에 공개돼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명소이다. 그러나 완전히 개방된 것은 아니다. 이보다 한해 전 개방된 숙정문 등 백악산 성곽을 둘러볼 순 있지만, ‘미남佛’은 청와대 보안구역 내에 있어 아직 일반인은 볼 수가 없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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