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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때로는 새벽 2시까지 야간 자율수업을 하는 이유
교육단상_ 때로는 새벽 2시까지 야간 자율수업을 하는 이유
  • 이순용 우송정보대학·귀금속디자인과
  • 승인 2012.11.0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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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거북선 모형을 손에 들고 있는 이순용 명장(우송정보대학 귀금속디자인과 초빙교수).
언제부턴가 장인이란 호칭을 들으며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란 두 단어가 늘 따라다닌다. 다른 분야 명장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범이 되는 행동과 끊임없는 자기 노력이 있어야 하고, 신기술과 신디자인을 항상 머릿속에서 연구하고 구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우리도 일본과 유럽처럼 대를 이어 한 우물을 파야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5년 주독 한국대사관 초청으로 한독수교 120주년 기념 초대전을 베를린에서 할 때였다. 독일제 공구를 사려고 공구상을 찾았다가 명함을 주고받고 하다 보니 그 분도 독일에서 골드명장이어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포옹하며 기뻐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아들을 제자 삼아 경영하고 있었다.

나의 작은아들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사립 귀금속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같이 생활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대장장이였다. 경북 영덕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논과 밭, 들판에서 아버지가 만들어 준 굴렁쇠를 굴리면서 자란 추억 때문에 지금도 작품에 고향의 이미지를 은연중에 담으려고 하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직장 다닐 때인 1995년 미국으로 기술연수를 떠났다가 돌아와서‘한국 현대 장신구전’에 출품한 것이 대상을 받으면서 인생에 큰 변화가 오게 된 것 같다. 이처럼 본인이 잘하는 적성을 살리면서 배워야 성공할 수가 있다고 본다. 물질만이 성공은 아니다. 내가 무었을 잘하는지 특성을 찾아야 한다. 디자인, 기술, 상술, 기획 등. 제자들 중에도 부분적으로 특성이 발견되면 그쪽 분야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야기 해주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귀금속은 잘 만들었을 때는 날아갈 것처럼 에너지가 충전되지만 잘 안 만들어질 때는 실망감과 동시에 의욕이 상실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성숙해진다. 날마다 감성과 감정이 다르듯이 말이다.

요즘은 학생들이 세공을 조금 하게 되면서 학교에 빨리 와서 하려고 할 때 가르치는 기쁨을 느낀다. 때론 아르바이트에 고생하고 지쳐 학교에 오지 않을 때는 내가 잘 가르치지 못 했나 자책할 때도 있다.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는 항상 연구와 노력, 인내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학교에서 교수로 가르쳐 본 결과 배우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쉽다. 탄력이 붙어서 조금 만들 만하면 졸업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학과는 일주일에 한 번, 귀금속을 더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간 자율수업을 보통 밤 10시까지 하고 있다. 어떤 때는 새벽 2시까지 가르쳐 본 적도 있다. 지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열의가 있어서다. 처음 총장님과 면담할 때 학생을 위해 교육을 더 많이 해 주길 바라셨고,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흔쾌히 응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수업이 끝나고 퇴근하다 보면 학생들이 문자나 카톡으로 하트를 보내오고, 감사의 문자가 오기도 한다. 다음날 아침 음료수를 사오기도 한다. 본인이 만든 초밥이라면서 늦게까지 계셔야 하니까 드시라고 주고 가는 학생도 있다. 그 고마운 마음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귀금속을 교육하면서 여기저기서 SOS를 보내올 때 몸은 피곤하지만 그 때가 가장 기쁠 때다. 길에서 갑자기 마주칠 때 활짝 웃으며 다가와 반가워할 때 느끼는 감정은 흐뭇했으며, 스승으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내 교육이 삐뚤지 않았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다.

내가 학교에 오기 전에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바로 된 인재를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도 만들어야 하지만 교육자라면 인성을 잘 갖추게 가르치는 것에도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학교에 와서 첫 만남에 그런 이야기를 들려줬고 학점에도 반영한다고 했다.

하늘이 사람을 쓸 때 먼저 몸과 마음을 고달프게 하고 뼈마디가 튀어나오는 고통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릇을 크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는 성구가 있다.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눈치 보지 말고 내가 먼저 부지런할 때 인정받고 존경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다.


이순용 우송정보대학·귀금속디자인과
귀금속 세공과 디자인 개발에 42년간 종사해왔으며 지난 2002년 귀금속 공예부문 명장으로 선정됐다. 2012년 3월부터 우송정보대학 초빙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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