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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야기 9_ ABC 추측과 모치즈키 신이치
수학이야기 9_ ABC 추측과 모치즈키 신이치
  • 양재현 인하대 수학통계학부
  • 승인 2012.11.0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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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하는 도인처럼 연구하는 자세가 진리를 구한다

모치즈키 신이치 일본 교토대 교수
지난 8월 30일에 일본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43세의 모치즈키 신이치  교수가 그의 홈페이지에 총 512쪽이나 되는 4편의 논문을 올렸다. 그는 4번째 논문에서 수학 난제인 ‘ABC 추측’을 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BC 추측’은 1985년에 스위스 수학자 데이비드 마서와 1988년에 프랑스 수학자 조셉 오에스테레에 의해 제기된 심오하고 어려운 정수론 문제이다. 실제로 이 추측은 디오판투스 해석학 분야에서 상당히 심오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노암 엘키스 하버드대 교수는 1991년에, 이 추측이 옳다고만 증명되면, 1980년대 초 필즈상을 수상한 독일 수학자 게르트 팔팅스가 풀었던 ‘모델 추측’이 ABC 추측을 통해 상당히 쉽게 풀린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ABC 추측이 옳다는 것이 밝혀지면 1994년에 앤드류 와일즈에 의해 해결됐던 ‘페르마 마지막 정리’도 보다 쉽게 풀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9월에 뉴욕타임즈, 일본 요미우리신문,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등의 매스 미디어에서 모치즈키 교수의 4편의 논문의 내용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세계 수학계의 반응과 관심을 전하면서 일반 대중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미국 수학회의 홈페이지에서도 이 사실을 전하고 있다.

모치즈키 교수는 1969년 3월에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필립스 엑시터 고교를 2년 만에 졸업한 후, 16세 때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며 필즈상 수상자인 팔팅스의 지도를 받으며 23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92년에 경도대학 수리해석연구소의 조교수로 임명돼 2002년에 정교수로 승진했다.

필자는 그를 1998년 10월에 연세대에서 개최됐던 ‘국제 정수론 학술회의’에 초청연사로 초청했던 적이 있다. 1998년 8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됐던 국제 수학자대회(ICM)에서 45분 초청강연을 했던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수학자이다. 또한 일본학술원이 2005년에 45세 이하의 젊은 학자를 위해 창설한 학술장려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밖에서의 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로서 일본 내에서 이러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는 61쪽이 되는 4번째 논문에서 인터-유니버설 타이흐뮐러 이론을 연구하며 발전시키면서 중요한 수학적 정리를 얻었는데, 이 정리를 사용하면 ABC 추측이 간단하게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 1960년대에 세계 수학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혁명적인 수학자 알렉산더 그로텐딕의 영향을 많이 받은 수학자이다.

그의 논문에서 그로텐딕이 창안한 scheme 이론, ?tale 및 l-adic 코호모로지 이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1980년대 초반에 그로텐딕이 제기한 anabelian 기하학 이론과 갈로아-타이흐뮐러 이론을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 연구하고 있다.

그로텐딕은 1966년에 필즈상을 수상한 국적이 없는 수학자이며, 1970년에 12년 동안 몸 닫고 있던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연구소 IHES에 사표를 내던지고, 반전운동, 반핵운동, 환경 보호운동, 생태계 보존운동을 펼쳤던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1988년에는 스웨덴 왕립학회에서 수여하는 크라푸르드상의 수상을 거부했다. 1991년에 그로텐딕은 거주하고 있는 집을 떠나 2?3명의 친지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소문에 의하면 피레네 산맥의 어느 한적한 곳에서 道人처럼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ABC 추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전문 수학자들에 의해 상기에 언급한 그의 4편의 논문에서의 주장이 검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워낙 분량이 많은 논문인데다가 그가 새롭게 창안한 여러 수학용어와 수학적 내용 때문에 수학자들이 그의 논문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의 주장의 진위를 밝히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그의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수학자가 극소수인 것도 검증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모치즈키 교수는 자신이 수학자가 아니라 인터-유니버설 기하학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홈페이지에 ‘여태까지 결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먼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사진을 보면 우주적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혼탁한 속세에서 벗어나 신과 대화하는 모습인 것 같은 느낌이 나도 모르게 든다.

14년 전에 서울에 왔을 때는 활기차고 발랄한 젊은이로 보였는데, 필자가 약 5년 전에 수리해석연구소에 초청돼 머무는 동안 모치즈키를 보았을 때는 연구실 문을 거의 걸어 잠그고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으며 은둔생활을 하는 도인처럼 보였다. 국내에서도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 분야에서 이처럼 진지하고 깊게 중요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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