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35 (금)
파국이 보이는데…대학은 학문하기 좋은 곳인가
파국이 보이는데…대학은 학문하기 좋은 곳인가
  • 염철 경북대 강사·국문학
  • 승인 2012.09.24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염철 경북대 강사·국문학

염철 경북대 강사
작년 말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법안을 입법 예고함으로써 많은 시간강사들 혹은 학문후속세대들이 피해를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간강사들에게 안정적인 학문 연구기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개정된 시간강사법이 시간강사에게는 불리하고 대학 운영자에게는 유리한 법이 되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에서는 시간강사법 개정안 폐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간강사법을 개악한 이유가 자본의 탐욕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나아가 지난 8월 27일에 발표된 대학 자율화 조치를 거론하면서 ‘대학의 진정한 종말’을 언급하기까지 한다. “펀드와 주식 투자를 넘어 이제 땅과 집에 대한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 호텔까지 대학에 들여놓겠다는 발상은 대학을 더 이상 교육기관이나 학문탐구의 장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학 종말론에 대해서는 학문과 교육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이견을 보일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자본가의 입맛에 맞는 학문과 교육밖에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교육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변화, 체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이 실현이 되기도 쉽지 않겠지만 만약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대학의 종말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들이 진단한 것처럼 “정부와 국회와 사립대학 재단들이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한 사태가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학문 연구와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러한 탐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이란 진정한 학문 연구와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고 성난 목소리로 이야기해 본댔자 모두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대학은 이미 파국을 향해 멈출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대학 스스로 그 파국의 행로를 멈출 것 같지도 않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각종 논문과 저술을 쏟아냈던 많은 학문의 선배들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그리고 학문후속세대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0만 여명이 넘는 시간강사들, 그리고 그들보다 처지가 더 열악한 환경에서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이 33만 여명이나 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학에서 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대학의 상업화를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학들은 손쉽고 값싸게 노동력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학문후속세대가 진짜 학문을 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리고 학문의 선배들이 걸었던 잘못된 길을 되밟을 가능성도 훨씬 더 커졌다.

이 지점에서 나는 궁금해진다. 도대체 학문이란 무엇일까. SCI나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학문을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학문을 하지 않는 것일까. 몇 편 안 되는 논문을, 그것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와는 거리가 먼 매체에 발표한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질 자격이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에 자리를 잡기 위하여,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하여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저술 활동을 하면서 정작 중요한 나 자신을 잃는다면 그런 학문이 참된 학문일 리가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니 이제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학문이란 무엇이며, 학문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대학뿐인가’라고. 그리고 ‘학문을 함으로써 참된 자아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간다면 학문은 왜 하는 것인가’라고.

염철 경북대 강사ㆍ국문학
중앙대에서 현대시를 전공하고 현재는 경북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