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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창출과 교육·사회적 실천은 같이 가야죠”
“담론 창출과 교육·사회적 실천은 같이 가야죠”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7.0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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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

“아시아는 하나라는 식의 본질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아시아를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 정치적이거나 자본 중심의 경제주의적 시각을 넘어 ‘문화’라는 역동적 컨버전스의 장으로 아시아를 재구성해 나갈 것이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는 2003년 문을 열면서부터 아시아의 정체성을 역동적으로 구성해가는 ‘문화’에 주목했다. ‘동아시아에서 대중문화 교류에 관한 성찰적 연구’, ‘냉전기 동아시아에서 국민문화 형성과 역내 문화교통 연구’, ‘동아시아에서 문화의 생산과 조절’이라는 연구로 연거푸 세 번이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에는 인문한국(HK)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문화로서의 아시아’를 사상, 제도, 일상이라는 중층적 구조 속에서 역동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은 동아시아연구소의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백원담 소장(54세, 중문학·사진)은 “연구원들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연구자와도 수시로 워크숍을 조직한다. 협동연구도 많이 하고. 네트워크의 관계성과 지속성 면에서는 밀도가 제일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대 중국당대문화연구센터와 상하이와 서울을 오가며 ‘상하이-서울 청년학자 포럼’을 열고, 텐진사범대 성별과 사회발전 연구소와는 매년 ‘한중 젠더 콜로키움’을 개최한다. 타이완칭화대 타이완문화연구소와의 역사비교연구 워크숍 결과는 한국과 타이완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아시아 연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현장성을 담보하는 힘이기도 하다. 백 소장은 “문헌 중심으로 아시아를 연구하는 다른 연구소와 달리 현장성이 강하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학술네트워크의 중심은 단연 인터아시아문화연구 컨소시엄(Consortium for Inter-Asia Cultural Studies Institutions, 이하 CIACSI)이다. 아시아 지식생산 체계를 아시아의 관점에서 구축하기 위해 2010년 7월 창립했다. 대학과 연구소를 포함해 아시아 9개 나라 22개 기관이 참여한다. 동아시아연구소가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CIACSI는 2년에 한 번씩 국제 학술회의와 서머스쿨을 개최하고 있으며, 석ㆍ박사 공동학위 프로그램, 공통 교재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머스쿨은 아시아 연구에서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와 학술네트워크, 교육프로그램이 ‘3각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동아시아연구소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연구와 학술교류, 교육을 분리하지 않았다. 2010년 3월에는 동아시아연구소 주도로 성공회대 일반대학원에 ‘인터아시아 문화연구학과’를 설치했다. HK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소가 어젠다와 관련된 교양ㆍ전공과목을 개설하는 경우는 있지만 일반대학원에 전공까지 만든 것은 드문 일이다. CIACSI에 참여하고 있는 22개 대학과의 석ㆍ박사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아시아 문화연구를 이끌어갈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고 있다.

서구에 의해 만들어진 담론이 아니라 아시아의 대안적 지식 생산을 위해서는 자료 구축을 빼놓을 수 없다. 백 소장은 “그 동안은 아시아를 객관화시켜 불 학문적 능력이 우리에게 없었다고 본다. 1차적으로 기초자료가 너무 없다. 아시아 연구자가 미국 가서 자료를 볼 수밖에 없다. 아시아적 정체성을 갖는 학문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료의 소통이 중요하다.” 동아시아연구소가 1차 자료 수집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써온 이유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구축한 아카이브에는 3천400여종 8천600여 권의 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 돼 있다. 자료실을 설명하고 있는 백원담 소장.
이렇게 구축한 아카이브에는 아시아 각국의 대표적 사상가들의 주요 저작과 근현대 신문ㆍ잡지 자료는 물론 최근의 영화나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 자료에 이르기까지 3천400여 종 8천600여 권의 자료가 구축돼 있다. 백 소장은 “아카이브 구축은 HK사업이 아니었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식민지 시대, 전후를 거쳐 냉전 시기에 이르기까지 기초자료는 거의 다 섭렵했다. 특히 사상 연구와 관련한 1차 자료는 다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2년은 동아시아연구소가 문을 연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해다. “아시아 연구에는 방법론만 있고 이론이 없다고들 한다. 아시아를 문화적으로 접근해서 역동하는 아시아의 새로운 상을 잡아내고, 실천적 아시아 담론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속적 담론 창출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후속세대 배출, 그리고 사회적 실천이라고 하는 세 가지 길이 같이 가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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