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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제도·일상으로 아시아를 재구성하다
사상·제도·일상으로 아시아를 재구성하다
  • 신현준 성공회대 HK교수·경제학
  • 승인 2012.07.0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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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한국연구재단 공동기획_ 인문학,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⑩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인문한국(HK) 사업단의 어젠다는 ‘문화로서의 아시아: 사상, 제도, 일상으로 아시아를 재구성하기‘다. 이때, 사상, 제도, 일상이란, 아시아를 문화적 구성물(constructs)로 사유할 때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심급들(instances)이다. 이 심급들 사이의 상호연관과 상호작용을 통해 아시아가 가변적으로 재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11월부터 2010년 10월 사이의 1단계에서는 세 심급들 가운데 ‘사상’과 ‘제도’에, 2010년 1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2단계에서는 ‘제도’ 및 ‘일상’에 각각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의 아시아 : 식민, 냉전, 분단체제의 경계들과 민족의 공간들’을 주제로 지난 4월 20~21일 열린 국제학술대회 포스터.
이 어젠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진이 경험적으로 체득한 성과는 아시아가 선험적이고 추상적 실재가 아니며 상이한 ‘아시아인들(Asians)’이 경계를 넘어 이동하고 실제로 접촉하면서 부단히 (재)구성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국제적 패러다임인 ‘아제(亞際)’라는 시각(inter-Asian perspective)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즉, 아시아의 사이공간을 가로지르는 내셔널리즘과 트랜스내셔널리즘의 복잡한 ‘선’의 흐름과 교착을 포착해 ‘이동성(mobility)’의 구체적인 양상과 이동하는 주체들의 실천들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근대 이후 아시아에서 이동성은 제국주의, 혁명, 전쟁, 냉전 등 거시적 변수들의 계기적 전환에 따른 상이한 배치(assemblage) 속에서 작동됐다. 19세기 후반 이후 아시아에서 이동성이 연속성과 더불어 불연속성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동아시아연구소는 세 개의 시기 구분을 수행하고 각 시기별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했고, 편의상 각 팀을 ‘식민지팀’, ‘냉전팀’, ‘당대 1팀’, ‘당대 2팀’으로 구분했다.

현 시점에서 동아시아연구소의 대표적 성과는 당대 1팀의 연구를 들 수 있다. 2단계 1차년도의 집단연구로 조직화된 당대 1팀은 이른바 귀환이동(return migration)을 수행한 중국 조선족, 독립국가연합 고려인, 재일 조선인(자이니치) 등이 한국으로 이동하는 과정, 동기, 경로를 검토한 뒤 이들이 한국이라는 장소에서 전치돼 살아가는 일상이 연구됐다.

이는 현재 등재 후보지 이상의 학술지에 개별 논문으로 게재돼 있는데,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에서 고려인들의 과국적 이동과 과문화적 실천들: 재한 고려인들의 생활세계와 문화적 교섭」(<사이間SAI> 제12호, 2012.6), 「조선족 초국적 역/이주와 포스트국민국가적 규제 국가장치에 관한 연구」(<韓國中語中文學會> 제50집, 2011.12), 「재중동포 사회의 차이와 소통의 문화정치: 한국내 조선족 커뮤니티의 구성과 교류」(<민주주의와 인권> 제11권 제3호, 2011.12), 「‘탈냉전’기 재일조선인의 한국이동과 경계 정치」(<사회와 역사> 제91집, 2011.11)이 그것이다.

이 논문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기획 아래 연구되고 집필됐고, 개별 글들을 아우르는 도입글 및 전체를 총괄하는 마무리글을 합해 하나의 단행본 『귀환 혹은 순환: 아주 특별하고 불평등한 동포들』이라는 제목으로 그린비 출판사를 통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 및 논문들에서는 한국으로 귀환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 동포’들의 분석으로 초점을 좁혔지만, 향후에는 非한민족 집단들을 포괄하는 여러 집단들이 한국 외부의 장소에서 어떤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어떤 제도들과 마찰하고 교섭하는가로 연구의 폭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이상의 연구는 다른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행되는 과거 역사적 시대의 아시아에서의 이동성에 대한 연구와 생산적으로 접속돼 상승 작용할 것이 기대된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와 인터아시아 문화연구 컨소시엄이 개최하는 서머캠프는 아시아 연구에서 후속세대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향후의 작업에 대한 기대를 무시하더라도, 이 성과는 한국에서 ‘재외 한인연구’와 ‘다문화 연구’로 평행선을 이루는 학계의 경향에 대한 비판적 개입이라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한국’(혹은 ‘민족’)과 ‘아시아’(혹은 ‘권역’)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된 관점을 취하면서 아시아라는 권역에 속하는 구체적 장소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과정을 심도 있게 해명했다는 가치를 지닌다. ‘아시아’를 각 국민국가들의 단순한 총합으로 사유한다든가, 기껏해야 그들 사이의 국제 관계(예를 들어 한중일 국제 관계)로 사유하는 뿌리 깊은 관행에 대한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다름 아니다.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경제학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 한국 음악산업의 변화’를 주제로 한 논문(「음악산업 시스템의 지구화와 국지화: 한국을 중심으로」)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와 싱가포르국립대(NUS) 아시아연구소(ARI)의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대중음악과 연관된 천년 정체성, 음악과 정치, 대중문화, 문화연구다. 최근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음악산업 및 음악소비에 미치는 변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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