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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학은 ‘킬러 콘텐츠’다!
스포츠학은 ‘킬러 콘텐츠’다!
  • 신재휴 서울시립대 생활체육정보학과
  • 승인 2012.04.09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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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동창회에 가면 친구로부터 자식의 대학 전공 선택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굳이 진로를 정하지 않았으면 물리학이나 철학, 사회학 전공을 추천한다. 의아해하는 친구에게 나는 다시 대학에서 전공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전공이란 대학원부터라고. 그래서 물리학이나 철학 같은 기초학문을 배우게 하고 그 위에 자신의 전공을 찾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 거란 말을 한다.

한 친구는 자식이 건축에 관심 있는데 성적이 안 돼 한숨만 쉬고 있었다. “어차피 건축도 인간이 사는 모습 아닌가 사회를 먼저 이해해야 하니 사회학을 먼저하고 전과나 복수전공이 가능한지 알아보게. 그게 건축학도로 녀석에게 더 좋을 수도 있어.” 다른 견해도 많겠지만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에게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해왔다.

요즘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자신의 전공인 스포츠관련 분야로 진출하면 바람직하지만 다른 분야에 취직해도 좋다고 말한다. 삼국지를 통달하면 삼국지 프레임으로 축구경기를 해석할 수 있듯이 체육학과는 스포츠라는 학문으로 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곳이다. 기업에 입사하면 각자가 배운 전공의 안목으로 조직을 바라보지만 그 안목의 깊이와 틀이 많은 부분을 결정하고 또 업그레이드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서로 그리고 교정을 넘어 다른 대학생간 다양한 소모임 활동으로 기회를 많이 접할 것을 주문한다.

프랑스 유학 가서 처음 접한 과목은 일종의 팀티칭 과목인데 스포츠학문이 단수인가 복수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Sport Science(s)에 왜 s가 추가되어 있는가의 문제를 내놓으라 하는 경제학, 사회학, 생물학, 체육학 전공자가 번갈아 수업을 하는데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단수(Science)의 순수학문과는 달리 스포츠학은 복수(Sciences)의 종합학문이란 걸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줬다. 그 뒤로 지금까지 나는 스포츠현상을 해석하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며 싸우고 있다. 그런데 도무지 연구를 할수록 강의가 더 어려워진다. 은퇴한 교수님 말대로 50대는 50km로 달리는 것 같다.

스포츠학문을 하며 느낀 것은 그 자체가 이미 통섭의 학문이 되고 있어 참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학은 많은 다른 전공자들이 함께 통섭하면 지금보다 무언가 프레임이나 이론적 대안도 더 많아 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대학 내 체육학과 학생보다 기량이 뛰어난 테니스나 야구 동아리 학생을 보면 그 친구 전공에 스포츠학문을 접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아쉬운 것은 스포츠학문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섞여 있어 체육학과 학생입장에서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개 이공계나 자연계 그리고 인문사회계는 그 안에 영역을 갖고 있지만 스포츠학문은 인체해부학이나 스포츠생리학, 스포츠사회학등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학부 때 동시에 소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아마 이는 교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사범계인 체육교육과에서 학생 체육에 필요한 교육과정에서 기인한 것 같다. 통섭의 문제이기 보다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주변의 인식도 체육관련 학과를 고정 틀 안에 사로잡게 하는 공범인 것 같다. 학교에 임용된 지 얼마 안 돼 교수식당에서 원로 교수께 인사를 드리자 큰소리로 “체육과 교수가 왜 그렇게 생겼어!” 라며 칭찬(?)을 하셨다. 체육과 교수는 어떻게 생겨야 할까. 좋아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지만 아무튼 이런 인식이 그들만의 리그로 교수사회 안에 자리 잡게 했던 몫도 있을 것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스포츠비즈니스로 보면 킬러콘텐츠라고 하는데 학문적으로 보면 스포츠는 참 좋은 콘텐츠인 것 같다. 모든 학문에서 접근해도 나름대로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우량 콘텐츠다. 반대로 스포츠학문을 하는 나로서는 인접 학문의 세계에서 스포츠콘텐츠를 더 발견하고 고유의 학문적 프레임에 더욱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열린 학회를 보면 반가우면서 그들의 열린 마음과 자신감에 부러운 마음도 든다. 

왕년의 수비형 탁구 선수 김기택이 상대방의 강한 드라이브를 깊은 슬라이스로 받아 넘기는 걸 보면 최고의 복어 요리사가 회를 치는 모습이 생각났고, 반 박자 빠른 템포로 골을 넣는 축구선수 메시를 보면 보수 세대에게 길을 제시하는 진보주의자가 연상된다. 나이가 들어 짧게 쥔 야구배트로 중원을 누비며 중년 샐러리맨의 가슴을 파고 든 이종범의 은퇴 타이밍을 보면,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중용의 도가 보이는 것도 같다.

스포츠학문은 통섭하면 더 흥미로운 복수(Sciences)의 우량 콘텐츠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신재휴 서울시립대 생활체육정보학과
프랑스 그르노블1대학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를 했다. 일본 교토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일본 글로벌 광고회사의 스포츠마케팅 전략」 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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