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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친구 로라는 파리 근교 불로뉴에 살면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여고생이다. 친구들과 함께 한국드라마 '꽃보다 남자', '미남이시네요'를 보다가 '드림하이'에서 가수 2PM 멤버 장우영을 알게 되면서부터 K-POP에 관심을 가지게 됐단다. 나라와 나라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유튜브를 통해 K-POP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비스트, 샤이니, 인피니트를 연달아 발견하며 총체적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와 함께 울고 웃는 한류의 일원이 됐다.
덕분에 로라 친구 7~8명도 인터넷의 글로벌드라마 사이트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게 됐다. 그녀는 드라마를 통해 들어봤던 언니, 오빠, 형, 누나에 대해 물어본다. 프랑스에는 없는 우리식 가족서열이 신기한 것이다.
딸의 다른 친구인 사라는 파리에서 열리는 한국의 뮤직뱅크 관람이 소원이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16만원을 마련했다. 이 돈으로 공연 티켓을 구입한 열성파 프랑스 고등학생이다. 그녀는 이달 파리에서 열린 K-POP 뮤직뱅크 공연에 다녀왔다. 몇 년 전만해도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불던 한류열풍이 이제는 K-POP 열풍으로 번져 파란 눈을 가진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매료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류 드라마와 K-POP을 통한 한국 관심과 동경은 자연스럽게 한국음식과 대표식품인 김치로 이어지고도 있다. 파란 눈의 젊은이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궁금해 하고, 한국의 전통음식 가운데서도 유명한 김치의 맛과 효능에 신기해하고 있는 것이다.
새 박사가 되고 싶어서 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고등학생 브르노도 K-POP 마니아다. 이 친구는 근교에 있는 한국마트를 물어서 찾아가기도 하고 한국식당에 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한국식당에서 김치가 나왔는데 낯설고 매울 것 같아 먹지 못했다. “김치가 뭐냐”며 “구워 먹는 것이냐?”고 물었다.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은 브르노에게 필자의 김치책을 선물했더니 그는 감사편지를 보내줬다. ‘도서에 대해 감사. 미스터 박종철 교수 -브루노’ 놀랍게도 네모반듯하고 또렷하게 쓴 한글이었다. 그는 지금은 한글 익히기에 도전 중이다.
작년 초 파리에서 김치 산업을 조사하다가 김치회사를 운영 중인 이조김치 이상윤 사장을 알게 됐다. 그가 말하길 “전화로 김치를 주문한 한 프랑스 사람이 전라도식 김치인지 서울식 김치인지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도 전라도식 김치인지 어느 지역 김치인지 분간하기 힘든 일인데 혀를 내두를 일이다.
좀처럼 식을지 모르는 K-POP의 열풍으로 그들은 앞으로 한국에 대해 더 깊고 진지한 것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이들 10대는 이미 한국 문화에 반했고, 인터넷은 그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주며 가교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냄새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김치.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잘 알지도 못할 것 같은 나라, 한국을 관심 가져줄까 생각했지만 이들은 이제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 그들이 자라면 한국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될 것이고 한국의 고급스러운 전통과 문화로 관심이 확산될 것이다.
K-POP에 열광하는 유럽의 젊은이들은 훗날에도 한국을 사랑하는 소중한 지한파가 될 것이다. 유럽 및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POP열풍이 한때의 사회적 이슈에 머물지 않도록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박종철 순천대·한약자원학과
부산대에서 박사를 했다. 순천대 한의약연구소장, 김치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광주 김치문화축제 심사위원이다. 『한국의 김치』, 『김치 사이언스』 등 김치 관련 다수의 저서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