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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의 자율과 독창성
대학사회의 자율과 독창성
  • 여홍구 한양대 명예교수ㆍ도시공학
  • 승인 2011.11.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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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는 모든 시대와 국가 그리고 사회에서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교수와 학자들은 사업하는 사람이나 정치하는 사람들과 경쟁관계에 있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생각하고 연구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처럼 대학사회가 불안정하고 어지러운 때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주식 값이 널을 뛰고,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유례없이 낮고, 한미 FTA를 찬성하니 반대하니 하면서 온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국회의원 한 분이 대학의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겠다고 말한 후 대학의 등록금 문제도 대학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정치가 대학에 지나치게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듯해 걱정이다. 감사원에서 대학들을 감사했고, 이는 대학 재정지출의 문제를 찾아내고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다. 대학 등록금을 감사를 통해서 낮추겠다는 발상은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우연한 오비이락과 같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기 위해서는 대학자체의 부담으로는 불가능하다. 유럽은 대학 등록금이 거의 없으니까 가능하다고 떠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가능성 제로’라고 생각한다.

정치가의 인기 관리가 대학 등록금 인하로 연결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물론 대학사회라고 해서 잘못이 없을 수는 없고 또 그 잘못을 그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문제는 대학사회의 잘못에 정치가 개입하거나 정치가의 인기에 대학사회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학사회가 정치에 휘둘릴 때 대학의 역할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유능한 정치 지도자와 교수가 궁합을 잘 맞출 때 과학과 문화와 경제가 융성해진 예가 많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은 서로 힘을 합해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박정희 대통령도 KIST를 만들고 KDI를 설립하고, 정신문화연구원을 만들어서 교수와 학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줬다. 능력 있는 지도자는 대학사회에 등을 돌리지 않고 그들에게 학문과 연구를 할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 주고 의욕을 북돋아 줬다.

1990년대 중반에 모스크바에 있는 공과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대학의 교수들이 연구한 논문들을 얻어 왔었다. 다양한 분야의 논문들을 한양대 교수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논문들의 내용을 읽고 난 교수들의 소감은 미국에서도 생각해 보지 못한 논문들이라는 평이었다. 어떻게 계획 사회인 소련에서 그러한 연구결과를 만들 수 있었는지 의아해 했다.

모스크바 공과대학 교수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소련 정부가 교수들에게, 그 동안 정부에서 주어진 연구를 하면서 하고 싶었던 연구를 자유롭게 하도록 연구비를 줬고 그 결과 생각 밖에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대학사회에 보다 많은 자율을 줄 때 보다 많은 훌륭한 연구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좋은 예인 것이다.

요즈음 대학과 교수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고, 이것은 결코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언론의 대학평가 제도, 연구비 사용에 대한 지나친 규제, 등록금 간섭, 과도한 양적평가 위주의 교수 승진심사 제도 등 수없이 많다. 대학사회는 자율을 필요로 하는 사회다. 대학과 교수들의 특성은 자율적이고 비판적이며 창조적인 점이다. 자율이 없는 사회는 스스로의 변화가 없다. 변화가 없는 사회는 비판과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없다. 창조적 생각은 비판과 반대 의견이 없는 사회에서는 없다.

사회가 대학과 학자들에게 자유와 비판의 기회를 많이 줄 때 창조적일 수 있는 것이 대학이다. 지나친 간섭은 대학사회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율성과 독창성에 대한 압박과 제약이 될 수 있다. 이는 사회에 대한 대학과 교수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사회 발전에 대한 기여의 기회가 그만큼 줄게 된다. 자율과 비판 그리고 독창성이 없는 대학은 존재 가치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여홍구 한양대 명예교수ㆍ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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