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05 (금)
“사람 살리는 진짜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사람 살리는 진짜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11.14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름다운 리더’ 키우는 김승태 안양대 총장

“저도 깜짝 놀랐어요. 가정에서 버림받고 실습을 하고 싶어도 퇴짜를 맞아 상처를 입은 학생들이었는데, 처음 감동을 받은 거예요. 이른바 ‘문제아’로 불리는 실업고 고교생 20여명을 데리고 2박3일 동안 ‘한구석 밝히기’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수료식때 발표하는 걸 들어보니까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 하고는 달랐어요. 어린 학생들이지만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진솔한 발표를 하더라고요.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위대해, 나도 선생님처럼 될래요, 나도 한번 살아 볼래요….’ 나도 이렇게 위대한 사람인줄 몰랐다고 해요. 이런 게 진짜 살아있는 교육 아닐까요? 사람을 살리는 교육.”
김승태 안양대 총장(52세ㆍ사진)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말 살아있는 교육이 뭡니까’ ‘교육이 진짜 뭡니까’라며 교육의 본질을 계속 되물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너무 평가지표에만 관심을 쏟고 매몰돼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교육이 뭡니까. 교육의 진정한 본질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승태 안양대 총장. 1958년 生. 경희대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도시계획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안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기획처 국제협력부장, 기획협력실장, 부총장 등을 지냈다. 2002년부터 안양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한구석밝히기 실천운동본부 총재와 대한민국 ROTC 중앙회 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제화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양대는 ‘한구석밝히기’ 정신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는데요.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제 스스로 살아있는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교육자인가를 늘 되묻습니다. 안양대 총장으로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우리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등 교육에 대해 항상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학생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가르치고 길러내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교육이란 단순히 지식과 정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성찰하게 하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장님의 교육관과 교육방식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반영되고 있습니까.
“한구석밝히기 정신을 바탕으로 만든 게 안양대의 교양프로그램인 ‘아름다운 리더 코스’입니다. 전담하는 교수도 있지만 전체 학과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참여했습니다. 초창기엔 매뉴얼이 없어서 매주 모여서 연구하고 토론하고 그런 열정들이 학생들에게 전달이 됐는데 매뉴얼을 만들고 나니까 매너리즘에 빠지는 모습도 보였어요. 아름다운 리더 코스는 교양과목의 하나로 보지 않아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가는 과정입니다. 수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머리에 쥐가 나게 가르치고 있어요. 베껴 쓸 수 있는 과제는 없어요. 고민해서 심도 있게 쓰게 합니다. 전담 교수님들이 바로 바로 과제 피드백을 해주니까 학생들도 제대로 쓸려고 노력합니다. 현장감 있고 생생하게 수업을 하니까 학생들도 굉장히 진지하지요. 사람을 어떻게 살리느냐, 고민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리더’ 코스는 어떻게 설계돼 있습니까.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외국에서 널리 보급돼 있던 데일 카네기, 크리스토퍼, 피닉스 프로그램 같은 리더십 교육과정을 접하면서 한국적인 리더십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름다운 리더 코스는 안양대만의 고유하고 특화된 리더십 프로그램인데, 우리 대학의 대표 교양프로그램입니다. 2003년부터 2011년 1학기까지 총 3천987명의 학생이 이 코스를 수료했습니다. 학기마다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10초 만에 450여 명의 수강정원이 꽉 찰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기초과정인 ‘아름다운 리더 코스Ⅰ’, 심화과정인 ‘아름다운 리더 코스Ⅱ’, 글로벌 리더십 과정인 ‘아리글로벌 리더십 코스’, 그리고 세계문화체험 팀프로젝트인 ‘아리세계탐방’ 등 4개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아리세계탐방을 통해 지난 2010년까지 총 143개 팀 421명의 학생들이 아시아, 유럽, 미국, 남미 등지에서 탐방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안양대의 중장기발전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작년에 중장기발전계획인 ‘아리비전2020’을 마련했습니다. 21세기를 주도하는 아름다운 리더를 육성하는 우리 대학의 비전과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 마디로 압축하면 명문화, 국제화, 세계화라고 말할 수 있어요. 명문화는 2020년까지 국내 1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하고, 국제화는 외국의 유수한 학생 1천명을 유치하는 것을 뜻합니다. 세계화는 ‘한구석밝히기’로 세계정신을 이끌어 나가는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구석밝히기’의 세계화는 ‘아름다운 리더’의 양성을 통해 안양대의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브랜드화하고 교육혁신대학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또 안양대의 중요 핵심역량 중 중점학과와 연계해 향후 21세기 아시아시대의 새천년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특화된 연구소와 다가오는 중국시대를 대비해 중국문화와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중국중원문화경제교류원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중국중원문화경제교류원은 어떤 곳입니까.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은데요.
“11월 8일에 안양 CGV 건물 안에 안양대 부설기관으로 중국중원문화경제교류원을 개원했습니다. 중국과의 본격적인 교육협력은 물론 문화경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 7월에 중국 하남성 문화청과 교류협력을 맺고 중국시대를 대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문화적 소통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죠. 안양대 학생들의 중국 진출, 지역사회와 기업들의 무역ㆍ경제 교류의 장이 될 것입니다. 주한중국대사관과 밀접한 상호교류를 통해 중원지역 뿐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등록금 문제도 심각한데요. 제대로 교육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안양대의 재정문제는 어떻습니까.
“움츠러든게 사실이지요.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는 시대도 아니고 돌파구가 필요한데 이런 측면에서도 중국중원문화경제교류원을 만들었고 기대도 큽니다. 우리 대학은 지난 2006년부터 교육역량이나 인성교육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기 있습니다. 교육중심대학은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데요. 현실은 연구실적이나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지요. ‘아름다운 리더 코스’ 교육프로그램을 완성하느라 지표관리에는 소홀했는데, 학교 전반적으로 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학교의 변화를 위해 절실하게 추진하게 있어요. 정부도 교육중심대학을 배려하고 진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덩치가 크지 않고 작은 대학이니까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구조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대학은 교육환경 선진화와 글로벌화를 위해서 재정확충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어요. 대승적 차원에서 대학에서도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나 교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합리화적으로 재분배돼야 하고, 힘들겠지만 정원감축, 학과조정 등 대학 생존을 보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는 대학의 구조조정은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환경과 고등교육이 사회를 선도하는 데 적합한 구조를 갖추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구성원 간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높은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각적인 교육투자 확대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지난 2002년에 총장에 취임한 뒤에 내년 8월이면 취임 10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교육시설이나 학생을 위한 공간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이지만, 역시 주목할 만한 장점이라면 학교 시작의 바탕이 됐던 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한구석밝히기’ 정신이 학교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교 이래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교수님이 연구와 함께 학생들의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교수와 학생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 형성의 바탕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안양대는 학생 수가 방대하지 않아 학생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갖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요. 실제로 제 개인적으로도 학생들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강의를 통해 만나기도 하고, 교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에 직접 참여하기도 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욕구를 밀접하게 또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혼란한 시기를 겪으면서 깊이 반성하고 자성도 했습니다. ‘한 학생을 위해 울어봤나’, ‘한 학생을 진정으로 사랑했나’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고요. 학생에게 떳떳한 총장이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안양대 교육이념
‘한구석 밝히기’ 정신은

자신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자신을 정확하게 느끼고 ‘내가’ 선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안양대의 교육이념인 ‘한구석밝히기’ 정신이다.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통해 자신 안에 감춰진 위대성을 발견하고 긍정을 통해 최상의 에너지로 자신의 삶을 최상으로 발현하는 것이다.
‘한구석밝히기’ 리더코스는 안양대만의 독특한 정신이 함축된 리더십 코스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에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가 아닌, 가장 중심에 서 있는 ‘나’가 있다는 것을 다양한 체험 과정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기초가 되는 개인적 가치와 능력에 대해 명료하게 느끼게 해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청소년, 성인, 군 장교와 장병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한구석밝히기’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안양대의 대표 교양프로그램이 ‘아름다운 리더’ 코스다.

대담 :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 정치학)

정리ㆍ사진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