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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교육역량강화ㆍBK21ㆍWCU사업비 대폭 삭감
내년 교육역량강화ㆍBK21ㆍWCU사업비 대폭 삭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10.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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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블랙홀’에 빠진 2012년 고등교육 예산안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내년 고등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약 9천억원 늘어난 5조9천716억원으로 편성했다.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장학금 지원을 올해보다 1조799억원 늘려 잡은 게 가장 크다.

하지만 두 배로 늘리겠다던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을 비롯해 2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 등의 예산은 오히려 삭감했다. 연구 간접비 비율을 내년에 최대 40%로 올리겠다고 한 약속도 ‘空約’이 됐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 고등교육 예산 9천억원 증액= 교과부는 2012년도 교육ㆍ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총 52조9천426억원으로 편성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올해(48조4천336억원)보다 9.3%(4조5천90억원) 늘어났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 5.3%를 3.8%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분야별 예산을 보면 고등교육 부문의 증가율이 크다. 교과부가 편성한 내년 고등교육 예산은 5조9천716억원으로, 올해 4조9천724억원보다 18.1%(8천992억원) 늘었다.

내년 고등교육 예산이 크게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기반 조성’ 예산이 무려 151.3%(1조799억원) 증액된 탓이다. 올해 7천136억원이던 예산을 내년에는 1조7천935억원으로 편성했다. 1조5천억원이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인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이다. 이 가운데 7천500억원(국가장학금 Ⅰ유형)은 기존의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에 사용한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그 가구에 속하는 학생에게 지급하던 국가장학금을 소득분위 3분위까지 학생으로 확대한다.

나머지 7천500억원(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소득 7분위 이하 학생에게 지급한다. 그냥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등 자구노력을 한 대학에 한해 정부가 매청펀드 방식으로 지원한다. 대학 자구노력과 연계한 지원금은 지난 6월 한나라당이 등록금 부담 완화 및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3천억원이었지만 7천500억원으로 늘었다.

■ 대학 총장과의 약속, 어디로?=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 1조5천억원에는 기존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 예산 3천312억원이 포함돼 있다. 순수하게 증액된 금액은 1조1천688억원이다. 내년 고등교육 예산 증액 규모가 총 899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계산해 다른 사업비에서 2천696억원을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년 고등교육 예산안을 두고 ‘반값등록금 블랙홀’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이 대표적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대학 총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 차례 ‘내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내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은 오히려 609억원 삭감됐다. 수도권에 대한 지원금은 870억원에서 90억원 삭감된 780억원으로, 지방대학 지원금은 2천160억원에서 519억원 삭감된 1천641억원으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도 올해 2600억원에서 내년 2340억원으로 260억원 삭감했다. 현재로선 지원 대학 숫자를 올해보다 줄이거나 대학별 지원금액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송기동 교과부 대학지원국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은) 국가장학금을 1조5천억원으로 늘리면서 여기에 반영했다”라며 “대신 내년에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을 받는 대학은 20%를 장학금으로 지원하지 않아도 돼 사업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국장은 “내년에는 국립대와 사립대로 구분해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지원하는 등의 변수가 있어 총 지원 대학 수나 대학별 지원금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BK21ㆍWCU사업비도 대폭 삭감= 반값등록금 재원 마련에 폭탄을 맞은 건 교육역량강화사업만이 아니다. 교육역량강화사업과 함께 MB정부 최대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WCU사업비도 대폭 삭감됐다. 올해 1천201억원이던 사업비가 내년 517억원으로 줄었다. 고경모 교과부 정책기획관은 “WCU사업 기간이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여서 해마다 사업비 불용액 규모가 문제가 됐다. 이를 감안해 2012년에는 6개월분만 반영한 것”이라며 “내년에 필요한 4개월분보다 2개월을 더 확보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비도 13.9% 삭감됐다. 내년에 확보하기로 한 6개월분 사업비를 1년으로 환산하면 1천34억원이 된다. 올해보다 167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지방 라운드는 351억원에서 151억원으로, 1년으로 환산하면 14.2% 삭감됐다. 역시 사업단 수를 줄이든 사업단별 지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사업단 수를 축소하길 원한다. 교과부 담당자는 “1유형의 경우 전공ㆍ학과를 신설해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데 사업단 수를 축소하기는 힘들다”라며 “내년에는 사업비를 평균 10% 정도 삭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BK21사업은 내년에도 사업비가 325억원 삭감된다. 올해 2천370억원에서 내년에는 2천13억원으로 줄여서 BK21사업 예산을 편성했다. 2단계 BK21사업 예산은 2006년 2천895억원에서 출발했으나 2007년 2천721억원, 2008~2009년 2천650억원, 2010~2011년 2천270억원으로 거의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내년 예산 삭감은 지난 8월 연차평가에서 사업단 5개, 사업팀 10개가 탈락하면서 지원 사업단 수가 줄어든 탓도 있다. 하지만 평균 지원금이 사업단은 8억원, 사업팀은 1억6천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보다 10% 넘게 사업비가 삭감되는 셈이다.

■ 간접비 비율 확대도 없던 일로?= WCU사업은 간접비 규모도 올해 197억원에서 내년에는 62억원으로 삭감된다. 1년으로 환산하면 내년에 편성한 간접비는 125억원으로 36.7%(72억원) 삭감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구 간접비 비율을 올해 최대 33%로 올리고 내년에는 다시 최대 40%로 확대하겠다는 것 또한 이주호 장관이 대학 총장들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내용이다.

간접비 비율을 올해 33%로 확대하는 것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교과부 담당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간접비 비율 고시가 넘어가면서 올해 간접비 비율 고시도 10월 말에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33%도 다른 부처에서는 반대가 많지만 (최악의 경우) 최대 33%는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주호 장관이 산학협력 관련 부서를 국으로 승격시키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도 1천600억원만 반영됐다. 올해(1천325억원)보다는 275억원 늘었다. 내년에 2천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교과부 계획이었다.

전문대학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을 따로 떼 내 500억원을 요구했지만 100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수준의 박사양성 프로젝트(95억원→156억원)도 내년에 300명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200명을 새로 선정할 수 있는 예산만 반영됐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반값등록금’ 재원을 확보하느라 교과부 직원들조차 “국가장학금 예산 확보 때문에 올해는 재정 상황이 특히 좋지 않다. 이나마 지키기도 힘들었다”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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