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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영국의 동해 ‘일본해’ 단독표기는 당연한 결과
미국ㆍ영국의 동해 ‘일본해’ 단독표기는 당연한 결과
  • 김호동 영남대 독도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1.08.1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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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장밋빛 홍보로 기대치 높였지만 정작 관심은 낮아

김호동 영남대 독도연구소 연구교수·한국사
지난 8월 4~5일, 강원도 삼척에서 ‘전국해양문화학자 대회’가 열렸다. 동해의 명칭에 관한 주제도 포함됐다. 그 발표와 토론 때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서 인용한 ‘동해/일본해’ 병기에 관한 통계수치가 제시됐다. 그에 따르면 2000년(일본 조사)의 경우 2.8%만이 ‘동해/일본해’를 병기했으나 2005년(일본조사)에는 10.8%(상용지도의 경우 18.1%), 2007년(한국 조사)에는 23.8%, 2009년(한국조사)에는 28.1%가 ‘동해/일본해’를 병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두고 내년 IHO(국제수로기구) 회의에서 동해 해역을 ‘일본해’로 표기할 것이 거의 확실하고, 다만 책 부록에 ‘동해/일본해’ 병기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정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전망을 들은 바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동해/일본해’ 병기가 절반 이상이라면 IHO회의에서 ‘동해/일본해’ 병기를 강력 주장해 관철할 수 있겠지만 28.1%인 현 수준에서는 그것을 관철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8일에는 미국과 영국이 최근 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제출한 것이 언론에 보도됐고, 우리나라 외교의 실패라는 일부 언론의 진단도 있었다. 또 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동해와 일본해를 병행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도 보인다.

IHO는 1929년과 1937년, 195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바다이름 표기 규정을 채택했다. 그때 동해는‘일본해(Japan Sea)’로 표기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29년과 1937년,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 상태에 있었고, 1953년은 한국전쟁을 겪고 있었다. 정부는 1992년 8월 정부 차원에서 ‘East Sea’를 동해의 공식 영문 명칭으로 결정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병기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렇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동해/일본해’ 병기는 겨우 28.1%에 불과하다. 아마도 각국 정부의 공식 지도의 경우 이 비율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영국과 미국이 IHO에 ‘일본해’ 단독표기 의견을 밝힌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국제사회의 현실은 냉엄한 것이다. 이것을 두고 우리 정부의 외교 실패라고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국민 일반의 동해 표기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정부가 대국민 홍보를 너무 장밋빛으로 물들여 한 것은 아닐까.

지난해 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을 때 지도상에서 한국과 일본 바다 사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영토 경계선을 넣었다. 우리 정부와 언론, 인터넷 등에서 일본의 독도 침탈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지만 정작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됐다는 사실을 거론한 보도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과 영국이 IHO에 ‘일본해’ 단독표기 의견을 제시했다는 걸 나무랄 만큼의 관심이 그간 우리나라에서 없었다.

‘일본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일본의 바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본과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본다면 당연히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간주하지 않을까 라는 관점에서 동해에 대한 명칭을 생각해야만 한다.

일본은 ‘일본해’ 표기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왜 ‘East Sea’라고 하느냐, ‘Dong-hae’, 혹은 ‘Sea of Korea’라고 해야 되지 않는가 하는 주장 등이 난무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서는 ‘East Sea’를 국제사회에 홍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제 우리 정부가 다른 이름을 갖고 접근한다면 ‘원칙 없는 대응’이라는 비판과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해/일본해’ 병기가 국제사회에서 절반 이상이 표기되도록 적극 홍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동해 문제는 일본이 ‘East Sea/Sea of Japan’을 받아들인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의 태도에 대해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일본을 설득하는 데 일차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해 동해에 관한 우리의 주장을 일본어로 번역해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일본의 설득은 쉽지 않을 것이다. 차선책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이유이다.


김호동 영남대ㆍ한국중세사
영남대 국사학과에서 「고려 무신정권시대 문인지식층의 현실 대응」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고려 숙종조 영토분쟁의 배경과 대응」, 「일로청한명세신도에 표기된 ‘일본해’ 명칭의 역사적 의미」 등이 있으며, 『독도 울릉도의 역사』, 『한국 고중세 불교와 유교의 역할』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영남대 독도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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