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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인가
[논쟁]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인가
  • 이상이 제주대·예방의학
  • 승인 2011.07.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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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_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인가

무상급식, 무상의료에 이어‘반값 등록금’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다시‘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보편적 복지 확대야말로 양극화를 극복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의견도 있지만‘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공격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의‘보편적 복지’논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들어봤다.

 

제도적 복지 위한 국가투자는 경제성장 전략

이상이 제주대·예방의학
우리 국민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각자도생의 경쟁시장에서 필요한 복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가족복지가 보태줬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각자도생의 경쟁만능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일자리의 양극화와 고용의 불안정으로 시장복지는 불확실해 졌고, 가족복지는 대부분 해체됐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국민들이 이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됐고, 민생 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70% 이상의 우리 국민은 일자리 불안, 보육과 교육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의료 불안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감세와 규제완화 등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선별적 복지기조를 유지해온 데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작은 정부 논리를 따르다 보니 우리나라는 현재 ‘GDP 대비 사회복지비지출’의 비중이 8.5%로 OECD 평균(21%)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지난해 6ㆍ2 지방선거를 통해 거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가 그것이다. 보편주의는 사회권 개념에 근거해 ‘필요와 요구’를 가진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간의 존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복지에 대한 공적 책임의 원리를 의미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은 사회연대성의 원리에 따라 조성된다.

6·2 지방선거에 표출된 민의

보편주의의 반대자들은 이것이 너무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고,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므로 경제성장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보편주의 복지는 국가복지의 작동과정에서 관료적 비효율이 발생하고, 의존적 문화를 만들어 일에 대한 욕구와 동기를 줄이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보편주의를 ‘포퓰리즘’이라며 정치적으로 공격한다.

반면 보편주의 옹호자들은 보편주의 복지체제가 행정적으로 집행하기 간단하고 행정비용을 줄여주고, 정부의 공적 사회서비스 보장체계를 통해 시장실패를 극복하므로 거시적으로 효율적이며, 경험적으로 볼 때 남용에 대한 우려도 사실은 기우이며, 사회서비스에 대한 형평성과 사회적 평등 수준을 높여주고, 낙인이 아닌 사회통합을 가능케 하며, 공동체의 유대와 결속을 강화하고,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현대 사회에서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래서 불안하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보편주의를 통해 사회화 된다면, 그래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기꺼이 위험을 분담한다면, 위험에 굴복하거나 만성적으로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창의력이 더욱 잘 발현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통해 유능한 개인들이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화두

보편주의 제도적 복지를 위한 국가적 투자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성장 전략임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경제와 선별적 복지를 고수하며 ‘복지의 확충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한국 보수 세력의 기존 ‘반 복지’ 선진화담론은 잘못된 것이다. 경제와 복지는 대립적인 이분법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통합체이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 중 경제와 복지가 ‘상충하는’ 대립적 이분법인 나라는 없다. 경제와 복지는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나라에서는 복지도 함께 발전했다. 북유럽과 서유럽 복지국가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양극화를 극복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기존의 선별적 복지야말로 경쟁 심화와 경제사회의 양극화로 인해 폭증하는 복지수요를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게 돼 지속가능성이 낮다. 선별적 복지는 복지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가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미국에서 보고 있다. 경제 양극화와 노령화로 인해 폭증하는 선별적 복지수요와 추가적 세금 부담을 반대하는 중산층의 정치적 행동이 그것이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를 일치시키는 보편주의를 제도화함으로써 경제와 복지의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ㆍ예방의학
경희대에서 박사를 했다. 『복지국가 혁명』 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건강보험하나로 시민회의 상임운영위원장,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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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60조 복지예산은 국가재정 구조 위협

   
  이영해 한양대·산업경영공학  
최근의 복지 담론은 정부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주도하고 있어 복지 포퓰리즘 경쟁은 이미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의 생산에 여당도 야당도 따로 없다. 오히려 여당이 포퓰리즘 정책 생산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은 제안에 불과하지만 집권당의 포퓰리즘은 바로 현실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

기획재정부가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각종 복지정책에 들어가는 연간 소요액을 조사해 본 결과 무상의료가 20조∼39조원, 기초 노령연금 확대 5조4천억원, 무상보육 5조1천억원, 반값 등록금 3조∼3조6천억원 등 적게는 총 41조1천억원에서 많게는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조원은 올해 국가 전체 예산 309조원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국가 재정 구조를 뒤흔들고도 남을 만한 규모다.

부유층 포함된 무상 복지의 이중성

일부 정치인들은 정부의 복지 지원을 대폭 강화하자는 복지 포퓰리즘 정책과 주장을 남발하고 있으나 막상 재원 마련 문제에 들어가면 누구하나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는 정치인은 없다. 이런 막대한 돈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고물가ㆍ고실업에 시달리고 가계 빚이 위험수위에 달한 국민에게 달콤한 정책으로 표를 구하고 나중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일종의 속임수다. 무상 복지 포퓰리즘의 수혜자 중에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부유층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사회와도 거리가 멀다.

포퓰리즘 정책이란 정책을 선택할 때 이성과 경제성, 재정 상황 같은 요소보다는 다수 대중의 정서와 욕구에 따르는 것이다. 포퓰리즘에 바탕을 둔 지도자나 정책은 역사적으로 실패가 많았다. 에바 페론 등 과거 중남미 지도자, 최근의 잉락 태국 총선 승리자, 일본 집권 민주당의 일부 정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어서는 시점에 어느 나라에서나 복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사실 복지라는 것은 정책만 자꾸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른 재원의 확보와 국가 경제상황, 국민들의 경제수준 등 종합적인 것을 고려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이 턱없이 적은 것도 아니다. 2010년 우리나라 총 복지예산은 81조원이었고, 올해는 86조원으로 책정됐다. 이런 규모는 중앙정부 총 예산의 28%를 차지한다. 하지만 야당을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현재의 복지예산을 절대규모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 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보고, 시대가 변하고 요구되는 복지수준도 변했는데 복지예산은 국민들의 욕구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도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를 한번 되돌아보면 과연 그런 논리들을 쉽게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MF가 제시한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국가 채무가 약 477조원이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4.9%로 재정파탄 위기에 빠진 스페인(46.1%), 아일랜드(46%)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회안전망 강화로 방향 수정해야

선진국의 문턱에서 복지 확대가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진정한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많은 재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성장 동력의 고려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 우리 현실에 가장 적절하고 실현성과 효율성을 동반할 수 있는 정책개발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무상복지와 반값 등록금 등 복지 포퓰리즘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기초수급자나 저소득층의 사회보장 등 사회안전망 강화로 잡아야 한다. 또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거둔 과실이 사회취약 계층에도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표를 의식한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이다. 복지국가의 중심인 국민은 뒷전에 밀린 채 정파간의 이념적 논쟁과 갈등이 커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기 영합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 남발은 우리 모두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영해 한양대ㆍ산업경영공학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를 했다. 『대한민국 선진화의 길』 등의 저서가 있으며 (사)21세기분당포럼ㆍ(사)한국SCM학회 이사장, 전국포럼연합 상임대표, 선진화개혁추진회의 상임의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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