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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인마인기지 반환협정'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독일 '라인마인기지 반환협정'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 심영규 동아대
  • 승인 2011.06.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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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책임에 대한 국제법적 고찰

심영규 동아대
경북 칠곡군 소재 캠프 캐럴을 시작으로, 주한미군 기지의 맹독성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비롯한 유해ㆍ독성 화학물질 등의 무분별한 매립ㆍ폐기ㆍ살포ㆍ은폐에 관한 주장과 증언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1991년 이후 최근까지 밝혀진 주한미군의 크고 작은 환경오염 사례는 모두 47건으로 그 유형도 유류유출, 유해물질 무단방류 및 불법매립, 토양ㆍ지하수오염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미군기지 반환과정에서 심각한 오염이 다수 확인된 바 있어 최근의 사태와 맞물려 환경오염과 국민보건에 대한 의혹과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주한미군 기지의 환경문제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한-미 양국간 합의문서로는 「한-미 SOFA」를 비롯해 「한-미 SOFA 합의의사록」, 「환경양해각서」, 「환경정보공유접근절차」, 「환경정보공유접근절차 부속서A」 및 동 부속서A를 수정ㆍ보완ㆍ대체하기 위해 2009년 3월 합의ㆍ채택된 「공동환경평가절차서」 등이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에 공여된 시설 및 구역의 반환 시 원상회복ㆍ보상의무의 면제를 규정하고 있는 「한-미 SOFA」 제4조의 의미와 적용범위, 기타 관련 부속합의서 상 환경규정의 해석 및 적용 등을 둘러싸고 한-미 양측은 미군기지 반환과정에서 심각한 이견대립을 보여 왔다. 이는 「한-미 SOFA」를 비롯한 관련 합의문서 상 환경규정의 모호성과 불공평성, 환경오염 정화ㆍ치유기준의 불명확성, 오염실태 조사ㆍ확인절차의 비실효성과 불합리성 등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측은 「한-미 SOFA」 제4조의 원상회복의무 면제조항, 「환경양해각서」가 정화ㆍ치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公知)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 등의 규정을 들어 환경오염 책임을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그 정화ㆍ치유비용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 상 조약규정의 해석에 관한 일반규칙에 따르면 「한-미 SOFA」 제4조가 한국 영토의 환경 파괴나 침해를 야기하는 미군의 어떠한 행위나 활동에 대해서도 미국측의 책임을 무조건적이고 전면적으로 면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정화ㆍ치유기준으로서 그 실체와 내용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다분히 미군측의 자의적이고 재량적인 판단기준이랄 수 있는 KISE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국제법적으로 타당성이 부족하며 한-미 양국의 합의정신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더욱이 ‘오염원인자 부담원칙,’ ‘타국의 환경에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 의무’ 등 국제법 상 원칙에 따라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해서 미국측이 책임과 정화ㆍ치유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논리적ㆍ규범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염조사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또한 조사ㆍ확인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미국측의 실질적인 배상과 책임인정, 정화ㆍ치유조치의 실시 및 비용부담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비록 「공동환경평가절차서」에 의해 다소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조사ㆍ평가절차 상 부실한 측면이 있고, 그동안 조사ㆍ확인과정에서 보여 왔던 미군측의 비협조적인 자세도 문제이며, 원상회복의무 면제조항 및 불명확한 정화ㆍ치유기준 등을 근거로 미국측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2009년 2월 최종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합의서규정을 이유로 명확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는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 내 여론과 국민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며, 향후 한-미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와 미래지향적인 포괄적 동맹관계 강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차제에 한-미 양국은 관련 합의문서의 개정을 통해 상호주의와 형평성, 국제법규칙 등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정화ㆍ치유의 최소 요건과 기준, 적절한 조사ㆍ치유 절차와 방법 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환경오염에 대한 명확한 책임소재와 비용부담의무,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화ㆍ치유 기준과 절차 등을 명시하고 있는 독일의 「NATO-SOFA 독일보충협정」과 「라인마인기지 반환협정」이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미국측의 전향적인 자세와 한국정부의 법과 원칙에 입각한 단호하면서도 전략적인 대응의지가 절실히 기대되는 시점이다.

심영규 동아대·법학
한양대에서 박사를 했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 전문위원을 지냈다. 「주한 미군 반환기지 환경오염 책임 문제에 관한 국제법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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