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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반값 등록금’의 원론과 각론 사이
[교육단상] ‘반값 등록금’의 원론과 각론 사이
  • 오성삼 건국대·교육학
  • 승인 2011.05.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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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삼 건국대·교육학
교육은 사회계층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저소득 계층의 자녀들이 부모세대의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계층의 상승이동을 하는 데 교육만한 것이 없다. 사회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학교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일생동안 누리게 될 사회ㆍ경제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가구주의 학력에 따른 가구별 월 소득 격차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둔 가구는 501만원인데 반해, 고졸347만원, 중졸이하 250만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오늘날처럼 직종의 전문화 현상이 가속화 되는 시대에는 대학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학교의 고비용 등록금 구조와 소득계층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고착되면서 비싼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 하고, 꿈을 접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은 1시간에 4천320원.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학생의 경우 하루 4시간 일하면 1만7천280원으로 한 달 25일을 쉬지 않고 일해서 대학생이 받을 수 있는 돈은 43만원 정도다. 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년을 꼬박 일해서 만들 수 있는 금액은 산술적으로 500만원 남짓하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지난달 29일 교과부는 ‘대학알리미’를 통해 4년제 일반대학 191곳의 연평균 등록금을 공개했다. 연간 등록금이 800만원을 넘는 대학이 지난해 34개에서 올해 50개로 크게 늘어났다. 최근 5년간 대학과 대학원의 가파른 등록금 인상률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들이 자구노력 만으로는 한계를 넘을 수 없는 현실이 가난한 대학생들의 꿈을 앗아가고 좌절하게 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 ‘반값 등록금’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지난 선거에서 반값등록금을 내걸었던 한나라당이 집권 후반기 들어 이의 실현을 위한 법제화를 표명하면서 찬반양론이 비등하다. 예상되는 제반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만큼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에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각론에 들어가면 다양한 입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반값등록금의 진원지인 한나라당 내에 신ㆍ구 주류 간 입장이 다르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정부 측 입
장이 다르다.

제기되고 있는 일률적인 반값등록금의 문제, 부실 대학에 대한 혜택 문제, 재원 확보의 문제는 합리적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면 될 일이다. 모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반값등록금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상당 기간은 그렇다는 말이다. 대학 공부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선별적으로 하면 될 일이다.

이른바 부실 대학들의 문제가 걸림돌이라면 이들 대학 출범에 일조를 한 정치권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부가 해결할 일이지 반값등록금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재원 확보의 문제도 그렇다. 최소 20조원의 공사비가 소용된다는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과연 반값등록금의 재원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할 일인가. 반값등록금의 실현여부는 칼자루를 거머쥔 집권 여당의 의지와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이란 사실을 각인 시켜 두고자 한다.

‘대학을 안 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핵심’이란 한나라당 중진의원의 논평을 들으면서,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속에서 한 동이의 물을 애원하며 말라죽어가던 물고기를 향해, ‘먼 나라 여행에서 돌아올 즈음 그 나라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던 학철지부(涸轍之鮒)의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오성삼 건국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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