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5:25 (일)
[원로칼럼] 성장에 걸맞은 건전한 윤리교육 필요
[원로칼럼] 성장에 걸맞은 건전한 윤리교육 필요
  • 서청석 경희대 명예교수·국제경제
  • 승인 2011.05.30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청석 경희대 명예교수·국제경제
금년에 ‘교직생활 40년’을 마감하며 정년퇴직을 맞이했다. 지난 세월들을 회고할 때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 누가 지혜로운 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새삼 교육 경륜 속에 얻은 교훈들을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다.

지난 기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깨우친 것은 우리나라 경제 교육이 지나치게 물질ㆍ실용경제의 교육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가 개방화되는 가운데 각국의 경제 교육은 효율성, 경쟁성, 비교우위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경제 주체가 개인, 기업, 국가의 입장에서 최대 욕망 추구, 최대 이윤 달성, 고도 성장 실현, 범세계화 기여 등 물질ㆍ실용 경제의 발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윤리경제에 관한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물질ㆍ실용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윤리ㆍ도덕 경제마저 시대적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시대의 교육은 머리가 찬 똑똑한 사람들을 양성하고는 있지만 가슴이 따뜻한 선한 지식인을 양육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 우리의 형편이 물질적으로 빈곤하고 정신적으로 불안할 때 개인과 기업과 국가의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그만큼 행복하고 보람된 사회가 실현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왜 경제사정이 나아질수록 불만감이 증폭되고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하는 등 경제성장과 발전의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재물의 다과가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외형적 부유에 걸맞은 건전한 경제윤리가 자리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건강한 지식인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일반학교 특히 초ㆍ중ㆍ고교와 대학의 교과과정에 윤리경제 과목이 많이 개설되고, 이에 대한 교재 개발과 강좌 개설이 지속돼야 한다.

한편 최근 한국사회에 있어 고소득 계층에 대한 부의 편중은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0%가 총소득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에 최하위 계층의 상대적 생활은 빈곤하기 이를 데 없다. 나아가 우리 사회는 권력과 명예도 일부 계층에 편중돼 있고 같은 사람이 비슷한 직책을 돌아가며 권력과 명예를 나누는 편식 현상 즉, 회전문 인사의 병폐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부와 명예와 권력의 편식현상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윤리와 사회규범이 실현되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가능한 한 지식인도 한 개인이 돈과 명예와 권력을 독식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식인의 행복은 자기 욕망을 절제하며 열심히 일할수록 커지는 것임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과거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오늘날의 현상과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물질적인 욕망을 도덕적으로 절제하며 ‘열심히 일할 것’, ‘ 검약할것’, ‘ 정직할 것’이라는 윤리를 주장한 바 있다.

사실 정치적으로 뒤쳐져 있고, 경제적으로 윤리와 도덕이 무너진 사회일수록 부, 권력, 명예의 편중현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근자의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재산공개 과정과 각 분야의 비리 표출에서 절대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요인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재산이 있는 자는 재산으로서, 명예를 지닌 자는 명예로서,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으로서 만족하고 안정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건실하게 전문화된 선진 사회일수록 재물, 명예, 권력의 공의로운 배분이 실현되고 있다.

끝으로 현재 우리사회의 리더십 역할을 감당하는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종교인 등은 학창시절에 얼마나 많은 정치윤리와 도덕, 언론윤리와 도덕, 종교윤리와 도덕, 기업윤리와 도덕을 공부했는지 자못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 지식인들은 정규 교육을 통하여 실증(물질)학문과 더불어 규범(윤리)학문을 학습해 물질적으로 풍요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보람 있는 아름다운 밝은 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청석 경희대 명예교수·국제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