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21 19:52 (목)
‘주제통합모형’의 경험에서 배운다
‘주제통합모형’의 경험에서 배운다
  • 김은실 이화여대 교양교육원장
  • 승인 2011.02.28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양교육 어디로 가나 ⑪ 이화여대 교양교육원

 

최근 각 대학에서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들이 새롭게 일고 있다. 여기에는 교양교육 프로그램의 선진화 계획을 지원하는 교과부를 비롯한 외부의 요구들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대학이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관련돼 있다.

대학의 교양교육은 학생들이 사회 혹은 인터넷에서 얻는 다양한 정보나 지식과 어떻게 다른가. 교양교육은 전공공부를 위한 기초교육인가, 실용적인 지식 습득을 위한 교육인가, 아니면 함께 더불어 사는 세계의 시민적 소양을 위한 기초교육인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대학의 교양교육에서 배운 지식은 얼마동안 유용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에 직면해, 교양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것 자체가 지금 모든 교수들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부침겪은 2001년 ‘주제통합모형’
이화여대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교양교육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꾸준히 모색했다. 교양교육과정과 혁신적인 교양교과목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1970년대에는 교양대학의 일환인 ‘실험대학’을 설치·운영했고, 1980년대에는 당시 지하서클에서 진행되던 이데올로기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선도교양학과목’을 개발했다. 1990년대에는 ‘계열선택모형’과 ‘계열통합모형’을 구축해 기초 핵심 교양과목들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여성과 세계계열과목들을 들 수 있다.

2001년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융·복합적 사고력을 함양시키기 위해 ‘주제통합모형’ 교양교과목을 교양필수과목으로 개발했다. 주제통합모형은 계열선택모형과 계열통합모형을 절충한 것으로, 교양교과목을 인문·사회·자연·예술 4개 영역별로 나누고 다양한 학문분야의 핵심주제들을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교과목들을 개발해 교육하는 것이었다. ‘주제통합모형’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교양필수 교과목이었고, 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주제통합모형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화여대 교수들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시대를 앞서갔던 교양교과목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학과의 경계를 넘었던 주제통합 교과목의 시도는 높이 평가되었고,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반면 학생과 교수 모두 어려움을 겪었으며 만족할만한 모델로 발전되지는 못했다. 이유는 당시 융복합적인 교과목들을 수용하는 교육환경이 열악했고, 이 모형을 지속시키는 지원체계가 부족했다. 전 학년에게 수강을 요구한 탓에, 특히 1~2학년 학생들은 주제통합 교과목의 높은 수준과 학점관리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제통합수업은 전임교수가 강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교수들은 매학기 필수교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교과목 수가 제한되면서 대형강의가 불가피했고, 학생들은 대형 강의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 동시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교과목 개발에 대한 지원체계도 충분치 못해서, ‘주제통합모형’은 2007년에 필수에서 선택 교과목으로 바뀌었다.

기초·핵심·일반교양 유기적으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2009년 이화여대는 교양교과목을 기초교양과목, 핵심교양과목, 일반교양과목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교양교육개편을 했다. 기초교양과목은 우리말과 글쓰기, 기독교와 세계, 대학영어, 고급영어, 제2외국어 지정 과목으로 구성된다. 핵심교양과목은 균형적 안목을 위해 기존의 4개 영역 외에 ‘사고와 소통’, ‘역사와 문화’, ‘세계의 이해’ 영역을 신설했다.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준별 교양영어학습체계를 수립했다. 글로벌 온라인 영어강의를 개발하고, 영어강의 수강의 의무화를 중심으로 한 교양교육 개편을 시도했다.

현재 개편된 이화여대의 교양영어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성과는 높다. 그러나 교양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핵심역량의 교육을 위해 기초교양, 핵심교양, 일반교양 교과목의 영역별 유기적 연관성은 부족한 상태이다. 이화여대는 교양교육에서 어떠한 핵심역량을 함양시키고자 하는가,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들을 통해 어떠한 역량들을 성취하고 있는가 등을 포함해 2012년에 개편할 교양교육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많은 교수들이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는 융복합적 접근과 글로벌이라는 차원에서 추진됐던 주제통합모형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주제통합모형 교과목의 효과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앞서 기술했듯이 대형 강의, 수강생들의 학년별 수업 평가, 수업조교의 지원제도, 새로운 교과목 개발의 지원에 관한 행정적, 재정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단과대학과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소통체계들이 형성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학 내부의 토론과 소통 그리고 변화에 대한 합의가 요구된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양교육원장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인류학으로 박사를 했다. 여성학과 교수이고, 아시아여성학센터 소장을 했다. 저서로는 『여성의 몸, 몸의 문화정치학』 등 다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