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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평가방법 개선’에 바란다
‘학술지 평가방법 개선’에 바란다
  • 김기현 세종대·환경에너지융합학과
  • 승인 2011.02.2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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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등급화 취지는 좋지만 ‘주관적’ 배점 최소화해야

  학회 운영에 실무적으로 몸을 담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학술지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 학회의 명운이 걸린 사안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러한 인식은, 조그만 신생 군소학회는 물론이거니와 등재지로서의 입지가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대규모 학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등재지 또는 등재후보지로 선정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학회로서 실질적인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지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사안임에도 현재의 평가기준은 여러 가지 무리한 요인들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일단 현재의 평가체계는 등재지(또는 등재후보지)로 선정이 되느냐, 또는 아니냐와 같이 2분화된 평가방식으로 인해 ‘all or nothing’의 형태로 전부가 아니면 전무와 같이 각박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등재지로 선정이 된 경우, 더 이상의 발전이 필요하지 않고, 단지 현상유지만으로 안정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평가의 각론에 들어가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학술지의 정시발행 여부’와 같이 객관적으로 증빙이 가능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45점을 배정하고, ‘게재논문의 학술적 가치와 평가’와 같이 어느 정도 주관성이 강한 인자들을 중심으로 55점을 배정해 평가를 하고 있다. 2년 이상 합계 80점을 넘어야 등재지를 유지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주관적 판단이 가능한 인자들이 반을 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맥구조가 탄탄하고 넓게 형성된 대규모 학회가 좋은 평가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마침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보다 질적인 기준을 강화한 평가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연구재단의 발표는 조금 때늦은 감도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제시할 경우 나름 시의성이 있는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재단에서 새로 마련하고자 하는 새로운 학술지 평가방안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을 맞춰야 할 것이다. 특히 총론적인 측면에서 단순히 등재지 또는 비등재지와 같은 기준 대신에 보다 포괄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기본적으로 정시 발행과 같은 최소한의 기준이나 형식만 갖추면 모든 학회지들도 일단 광범위한 기준에서 학술지로 인정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인정을 받는 학술지들 중에서 내부적인 경쟁을 유도해서 보다 우수한 학술지가 나올 수 있게 다양한 등급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론적인 면에서 학술지의 등급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은 가급적 주관적 판단이 좌우할 부분들 및 그와 관련한 배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요소, 예를 들어 연구재단에서 개발 중인 KCI와 같은 피인용지수와 같은 배점 영역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SCI와 같이 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의 피인용지수를 핵심기준으로 설정할 경우 다수가 수용하고 활용하기에도 용이하지 않을까.

  이런 제도의 시행은 우리 학문계에 나쁜 습성의 하나로 지목되는 동료 연구자들의 연구업적을 가급적 인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행위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사실 개인의 전공 분야에서 타인의 연구를 인용할 때, 국내학술지에 보다 활용도가 높은 정보가 있어도 가급적 인용지수가 높은 국제 학술지의 논문에 더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실질적인 활용성보다 일종의 권위를 찾음으로써 본인이 작성한 논문의 품격도 높이려는 경향성의 존재를 배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 학계도 다른 동료들의 연구 업적을 조금 더 존중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써 피인용지수의 활용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김기현 세종대·환경에너지융합학과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환경·대기환경화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2006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국가석학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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