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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초임보다 못한 연봉 1천600만원짜리 교원?
… 걸맞은 처우 위해선 국가 지원 따라야
대졸 초임보다 못한 연봉 1천600만원짜리 교원?
… 걸맞은 처우 위해선 국가 지원 따라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11.0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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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위 ‘시간강사 처우개선 방안’ 남은 과제는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이하 사회통합위)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과거 정부안에 비해 확실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교원 지위 보장의 핵심이랄 수 있는 대학운영 참여와 면직·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나 정부 재정 지원도 현재로선 확정된 게 없어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남은 과제가 많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그에 맞는 권리와 신분보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권형진 기자

□ 얼마나 혜택 받을까= 7만여 명에 달하는 시간강사가 모두 교원 지위를 얻는 것은 아니다. 사회통합위와 교과부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제14조의 ‘교원’에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 외에 ‘강사’가 추가된다. 여기서 말하는 강사는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대학 측과 1년 이상 강의 계약을 맞는 이들에게만 교원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나향욱 교과부 대학지원과장은 “원칙적으로 4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전업 시간강사를 강사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는 법정 교원 확보율을 계산할 때 1명으로 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나 과장은 “전임교원을 임용하지 않고 강사를 채용해 교원 확보율을 올리는 걸 막기 위해 그 비율은 지금처럼 법정 정원의 20% 이내로 제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만여명에 이르는 비전업 강사는 겸임교원으로 흡수돼 교원 지위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교원의 휴직, 파견, 연수 등의 사유가 있을 때’ 교원인 강사가 아니라 비교원인 초빙교원을 1년 미만으로 채용하면 전업강사도 상당수 법적으로 교원이 되지 못할 수 있다.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사무처장은 “개선안에는 시간강사 외에 나머지 비정규 교수에 대한 언급이 없어 기존에 있던 겸임·초빙교원이나 비정년 트랙 교원의 처우가 덩달아 나빠질 수도 있다”라며 “그래서 비정규 교수의 형태를 ‘연구강의교수’로 단순화해 모두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원 확보율을 산정할 때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를 전임교원과 같이 1명으로 계산하면 ‘대량 해고’ 사태도 우려된다. 시간강사 가운데는 3~6시간 강의하는 비율이 61.7%로 가장 많다. 2명 또는 3명이 맡던 강의를 1명이 맡게 되면 나머지 1~2명은 강의를 맡지 못할 수 있다.

□ 실제 대우, 나아질까= 교원 지위를 얻게 되면 이들 강사는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교육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 등을 보면 교원에게는 형의 선고·징계처분 없이 휴직이나 면직 처분을 할 수 없고, 권고사직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새로 고등교육법에 포함돼 교원 지위를 얻게 되는 강사들에게는 이 같은 권리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통합위는 강사의 채용 조건, 신분 보장, 복무 등 교원으로서의 지위와 신분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부가 검토해 입법예고하도록 했다. 

나향욱 과장은 “공개 전형과 인사위원회를 거쳐 채용하고, 소속 학교장의 동의 없이 학교 안에서 체포되지 않을 ‘불체포 특권’ 정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성과평가를 통한 재임용 절차 등은 학칙과 정관에 정하되 부령을 통해 일종의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처우 수준이 얼마나 개선될지도 미지수다. 사회통합위와 교과부는 국립대의 경우 시간당 강의료를 2009년 현재 4만3천원에서 2013년까지 8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주 9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은 현재 1천161만원에서 2천160만원으로 올라간다. 국립대 전임강사 평균 연봉의 46% 수준이다.
사립대에는 강사 연구보조비를 신설해 지원할 계획이다. 시간당 5천원에서 시작해 2만원까지 지원액을 올린다. 사립대 시간강사 강의료 단가는 평균 3만7천원으로 주 9시간 기준 연봉으로 계산하면 999만원이다. 이를 1천134만원에서 시작해 1천539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사립대 전임강사 평균 연봉 4천395만원의 36% 수준으로, 4인 가족 도시근로자 최저생계비(1천600만원)와 비슷하다.

주 9시간 기준 연봉으로 계산해서 그렇다는 말이지 실제로는 시간급으로 연봉을 계산해 12개월에 걸쳐 나눠주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평균 연봉 1천600만~2천200만원을 받는 저임금 교원이 양산될 수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시급제를 폐지해야 시간강사가 없어지는 것인데 시급제는 그대로 둔 채 시간강사 제도를 폐지했다고 주장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2인 가구 표준 생계비나 대졸 초임 연봉을 넘기는 최저 연봉 이상을 지급할 것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예산 확보가 관건= 예산 확보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교과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국립대 시간강사 강의료 단가를 4만3천원에서 1만원 인상하는 예산만 반영됐다. 교과부는 6만원 인상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협의에서 삭감됐다. 나머지는 국회와 추가로 협의해야 한다. 사립대 강사 연구보조비는 전액 삭감됐다. 이주호 장관은 “인건비 직접 지원은 기재부에 대한 설득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회통합위는 내년 예산에 반영이 안 될 경우 2012년부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4대 보험 가운데 대학이나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용자 부담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내년 예산에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예산 확보도 안 돼 있는데다 사실상 사립대에 강제할 수단도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같은 대학 재정지원사업 평가 지표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립대가 추가 재정 부담을 감수하며 적극 나설지는 알 수 없다.

비정규교수노조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 부담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에 불안정 노동 상태와 교육 노동자만 양산하고 각종 비용 부담 또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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