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05 (일)
時間 조사자료 분석과 달콤한 상상
時間 조사자료 분석과 달콤한 상상
  • 유성용 서울대·사회학
  • 승인 2010.10.25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올해도 어느덧 10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어서, 머지않아 거리에서 캐롤송을 들으며 백화점에 화려하게 장식된 트리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대학원에 재학 중 당시 첫 조사를 마치고 나온 따끈따끈한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처음으로 접한 뒤, 벌써 10년째 시간활용에 관한 연구를 해 오고 있지만, 역시나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좀처럼 따라잡기 힘든 벅찬 상대인 듯하다. 연말의 흥겨운 분위기는 환영할 만하지만, 달력의 햇수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때로는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은 아마도 필자만의 경험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이 곧 자본인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이 소중하고 제한된 자본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남보다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막상 자신의 시간활용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언제나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고 있지만, 지나고 난 뒤 뒤돌아보면 드는 감정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앞선다. 하긴 애초에 끊임없이 ‘더 빠르게 빠르게’를 외쳐대는 시스템에 몸을 내 맡긴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인생의 행복의 한 부분을 담보로 잡혀 놓은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감상적이 되기 쉽지만, 실제 각 개인들은 자신의 일상생활 속 시간활용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합리적이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각 개인들의 시간활용의 다양성과 그 조직과정에 서 외부 체계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시작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종종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사용하기를 즐기고, 패스트푸드의 생산 및 소비 과정의 합리성에 높은 점수-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잠시 잊고-를 주고 있던 필자로서는 꽤나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처음 시간조사자료를 접했을 당시에는 아직 자료가 나온 지 얼마 안됐던 이유로 관련 연구나 논문 등이 국내에서는 매우 부족했던 게 사실이나, 이제는 생활시간을 주제로 하는 연구 결과를 여기저기서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관련 논문이 나오는 학문분과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도, 동일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자로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머지않아 학계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서 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관심이 늘어나고 이슈화되는 달콤한 상상을 해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한다.

그럼에도 시간조사 자료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그 자료의 풍부한 활용가능성에 비해 아직은 부족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구 주제로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듯한-필자의 욕심이 과한 것 일지도 모르지만-인상을 받기도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자료의 형태의 생소함과, 그에 따른 분석과정에서의 난해함과 때로는 불편함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자료의 특성상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나는 분석방법 및 과정에 대한 일부 연구자들의 거부감 역시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몇몇 요소들은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련 연구가 보다 활성화되고, 각 학문분과에서 시간이라는 자본에 대한 관심의 증가에 따라 점차적으로 상당부분 해소돼 갈 것으로 본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드는 엉뚱한 생각이 있다. 혹시 ‘시간’이라고 하는, 연구자들에게 있어서도 항상 부족하고 그 활용방식에 있어 불만족스러운 대상이 연구주제로 놓임으로서, 연구자로 하여금 자신의 시간활용을 되돌아보게 해 불편한 감정-필자 역시 청탁받고 한참이 지나 원고를 마감 하루 전에야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자신의 시간사용방식에 대해 반성 중이다-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닐까.

유성용 서울대·사회학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