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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시간 강사 … 연구하고 싶어도 공간이 없다
서러운 시간 강사 … 연구하고 싶어도 공간이 없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10.04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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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환 의원(한나라당), 국·공립대 시간강사의 연구실 및 도서대출 현황 분석했더니

부경대에 출강하는 시간강사는 567명이다. 그런데 부경대에는 시간강사 연구실이 2개밖에 없다. 284명의 시간강사가 1개 연구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한밭대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밭대에는 시간강사 연구실이 1개도 없다.

연구실 1곳당 평균 62.4명 사용

시간강사들이 서러운 건 교원 지위나 임금 등의 처우만이 아니다. 연구나 강의준비를 하고 싶어도 공간이 없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출한 ‘국·공립대 시간강사의 연구실 및 도서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시간강사들의 연구 환경과 여건 역시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0년 4월 1일 현재 자료를 제출한 31개 국·공립대의 시간강사는 2만210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연구실은 324개에 불과하다. 연구실 한 곳을 평균 62.4명의 시간강사가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립대, 순천대, 금오공대, 한경대 등 100명이 넘는 시간강사가 1개의 연구실을 이용하고 있는 국·공립대도 5곳이다. 서울과학기술대(서울산업대), 인천대, 한국교원대, 한국방송통신대, 한국체대, 한밭대 등 6곳은 시간강사 공동연구실이 아예 없다. 냉·난방 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연구실도 강원대, 경상대, 공주대, 전남대, 창원대, 충북대, 충주대 등 7개 대학 12곳이나 됐다.

 


324개 시간강사 연구실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는 558대로 조사됐다. 연구실 당 평균 1.7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고, 컴퓨터 1대를 평균 36.2명의 시간강사 사용하는 셈이다. 창원대는 컴퓨터 1대를 무려 168명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상황이었다.

시간강사들의 도서대출 이용 조건 역시 전임교원에 비해 상당히 열악했다. 전임교원은 평균 97.5일 동안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반면 시간강사의 도서대출 가능 기일은 43.1일에 불과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체대는 시간강사가 교내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하는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국방송통신대의 경우 전임교원은 90일 동안 대출할 수 있지만 시간강사는 7일에 불과해 무려 13배나 차이가 났다. 경상대도 전임교원이 180일인데 비해 시간강사는 30일이어서 6배 차이가 났다. 대부분 대학은 전임교원 90일, 시간강사 30일의 도서대출 기일을 적용하고 있다.

최대 대출 권수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한국체대를 제외한 30개 대학을 보면, 전임교원은 평균 28권까지 빌릴 수 있지만 시간강사는 평균 13권까지만 도서 대출이 가능했다. 공주대와 창원대의 경우 전임교원은 30권까지 빌릴 수 있지만 시간강사는 5권까지만 가능해 6배 차이가 났다. 인천대·충주대·서울과학기술대도 최대 대출 권수에서 4배 이상의 차이가 존재했다. 한밭대는 유일하게 전임교원과 시간강사의 도서대출 기일이 90일로 같았으며, 최대한 빌릴 수 있는 도서 수도 20권으로 동일했다.

“교원 법적 지위 부여하는 법안 준비”

박 의원은 “현재 약 6만여 명의 시간강사가 대학 전체 강의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지만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처우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작은 부분이지만 우선 시간강사들이 전임교원과 동등한 수준으로 강의준비와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구실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의원은 조만간 시간강사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상민(자유선진당)·김진표(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각각 발의돼 있다. 여당 의원이 여기에 가세함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교과부에서 제시한 강의전담교수 제도보다는 더 진전된 내용을 법안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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