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7:40 (토)
“언론사 대학평가, 권력화․역기능 심각”
“언론사 대학평가, 권력화․역기능 심각”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9.08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 성명 발표

대학 교수들이 언론사 대학평가가 ‘대학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해관계에 자유롭고 수익사업과 무관한 대학평가를 주도하고, 대학 당국은 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방안 마련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는 “언론사 대학평가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학행정 책임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끌려 다니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언론사 대학평가가 ‘권력화’돼 있음을 반증하며, 언론사의 막강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대학평가를 중요한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 교수단체는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교수협의회로 구성돼 있다. 박진배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전기전자공학)이 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해외 언론사를 비롯해 몇몇 국내 언론사들의 대학평가 사업은 평가의 순기능을 넘어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론사는 언론 본연의 비판적 기능만으로도 대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대학평가 사업까지 수행함에 따라 대학이 언론의 눈치를 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적하는 ‘언론사 대학평가’의 폐해는 이렇다. 점수를 절대화해 일렬로 대학의 순위를 매기고, 대학 간 순위경쟁을 부추겨 대학의 건강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평가기준도 언론사마다 다르고,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근거하지 않은 저널리즘적 기준이 많고, 개별 대학 나름의 특성이나 비전,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가 기준을 쫓아가다 보면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은 물론 대학 본연의 사명과 발전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 올 수 있고, 결국 연구와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교각살우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일간지 평가지표를 대학경영의 관리지표로 해야 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심각한 실정”이라며 “대학발전의 본질을 훼손하면서까지 언론사의 평가를 위해 비정상적으로 매달리고, 협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대학평가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발전을 위한 공정한 평가는 적극 권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론사는 국민의 알권리 만으로 대학을 ‘줄세우기식’ 순위평가를 하고 있고 언론사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해서도 깊은 회의를 갖고 있다고 이들은 평가했다. 대학의 규모와 특성도 고려하지 않고 국립대와 사립대,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언론사 평가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언론사에 “더 이상 대학의 변화와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발상을 버리고, 대학의 자율적 발전노력을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했고, 정부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학평가 정책 수립”을, 대학 당국에는 “언론사 대학평가 문제를 검토해 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대안을 제안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