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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사회학, 탈미국화에 실패했다"…'사회학의 위기' 뼈아픈 自省
"비판사회학, 탈미국화에 실패했다"…'사회학의 위기' 뼈아픈 自省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8.3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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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사회학회․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한국사회학의 사회학’ 공동 개최

1999년 이후 사회학과가 설립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 학부제 실시로 실질적인 학생 수는 감소했으며 심지어 일부 대학의 사회학과는 명칭 변경은 물론 폐과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6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학술대회 ‘한국사회학의 사회학’은 1990년대 이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사회학의 그 원인과 대안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자리였다. 비판사회학회(회장 정근식 서울대)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류석진)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의 화두는 단연 미국이었다. 거대담론의 쇠퇴가 비판적 사회학을 주변화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사진)는 미국 중심의 주류 사회학이 한국 사회학을 지배하면서 사회학의 사회적 영향력이 위축됐다고 꼬집었다. 사회학은 엄연한 기초과학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특징은 간과된 채 응용학문과 도구적 경쟁에 나서면서 사회학의 쇠퇴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 출신 유학 박사들의 지적, 인적 지배가 확대되면서 사회학은 학문적 다양성과 주체성으로부터 더 멀어졌다. 윤 교수는 “미국사회학과 연관성이 높을수록 미국에 대한 비판이나 한미관계 혹은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미국에 거리를 두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오히려 희한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비판사회학 역시 탈미국화에 실패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념주의로 편향돼 사회현실과 괴리되다보니 탈미국화는 유럽화로 대체되는 것에 머물렀다. 윤 교수는 “지금이라도 사회학이 비판사회학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비판사회학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기했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
정태석 전북대 교수(사회교육학,사진) 역시 사회학의 실용적 전환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사회학적 분석력이 없는 사회통계나 조사방법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우선 대학에서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학은 다문화사회나 현대사회 노동 등 실용적 학문으로서 새로운 대안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언론에 의해 강요되는 평가와 대학순위 경쟁은 양적 업적만을 가중시킴으로써 사회학의 질적 연구 쇠퇴를 부추겼다. 정 교수는 “사회학이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기 위해선 이론 연구의 과도한 아카데미화와 경험 연구의 과도한 정책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국내 사회학의 위기에 대한 사회학자들 스스로의 뼈아픈 자기 비판은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됐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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