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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행복지수 53.9%
[딸깍발이] 행복지수 53.9%
  • 오상진 편집기획위원 / 전남대·생명과학기술학부
  • 승인 2010.07.1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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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학이 시작됐다. 원고 청탁도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급히 하나를 더 써야 한다. 무슨 주제로 쓸까 잠시 생각하다 ‘행복한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최근에 신문기사를 보면 ‘행복도’ 또는 ‘행복지수’와 같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한 나라의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서의 국내총생산(GDP)은 상당한 문제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 복지와 행복의 개념을 추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수치와 물량적 성장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직장과 고액연봉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미국 중앙은행의 총재인 벤 버냉키가 최근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 졸업식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향해 한 이야기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성공이 돈을, 그리고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행복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 같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한 공식 같은 것은 존재할까. 『행복의 조건』 이라는 책은 이 문제를 고찰해 답을 얻고자 했다. 하버드대의 연구팀은 1930년 대 말에 입학한 268명의 삶과 이에 대한 비교집단으로서 이너시티고교 중퇴자 456명의 삶을 60년 이상 추적했다. 사회적 혜택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밝고 건전하게 생활해온 이너시티집단은 당연히 화려한 특권을 누려온 하버드대 학생들과 훌륭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들의 삶을 분석하면서 70대에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는지 아닌지를50세 이전의 삶을 보고 예견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분류한 건강한 노년을 부르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일상생활에서의 성숙한 방어기제인데 이것은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얼마 전 한 TV프로에서 축구선수 황선홍 씨가 출연해 2002년 월드컵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넣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골을 넣은 후 인상적인 손짓을 하며 벤치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설명했다. 황선홍 씨는 살아오면서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이나 우울함에 빠질 때는 이 장면을 수도 없이 반복해 봄으로써 자신의 평정심과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움에 대처하는 자신만의효과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는 알코올중독에 빠진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안정적인 결혼생활이며, 네 번째는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다음 요소로는 높은 교육년수를 들 수 있는데 이너시티집단의 경우 교육년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노년의 신체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교육 요소는 IQ나 유년시절 가정의 소득이 아니라 자기관리와 인내심인데,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담배를 끊거나 음식을 조절하거나 술을 자제하는 데 성공하는 확률이 더 높았다. 

    이 연구팀이 사용한 질문 문항 중 독특한 것은 ‘당신은 자녀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라는 것이다. 잘 늙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꾸준히 익혀나가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자녀들이 자기들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하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사소한 것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평생토록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움을 통해 맛보는 즐거움은 노년의 심리적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보도된 내용 중 우려되는 내용이 있는데,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즉 행복도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방정환재단이 조사한 것을 유니세프의 연구결과와 비교해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중 최하위라는 것이다. 가장 높은 네덜란드는 94.2%인데 반해 한국은 53.9%로 한국 어린이의 절반은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들에게는 우선 따뜻한 격려의 말이 필요할 것이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왜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고유함에 대한 고찰도 필요할 것이다.

오상진 편집기획위원 / 전남대·생명과학기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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