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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 문화 뒤섞인 곳, 학문 자유의 역할 왜곡한다
대학·기업 문화 뒤섞인 곳, 학문 자유의 역할 왜곡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0.07.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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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던 크림스키 교수가 말하는 위협받는 대학

유럽과 미국 사회에서 대학을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적단체와 구별짓는 특징 중 하나는 ‘학문의 자유’이다. 그것은 학문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대학에서 학문 자유가 사라질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종신 재직권이 근절되는 사태이다. 교수들이 가르치고, 글 쓰고,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데 종신 재직권 이상으로 좋은 제도는 없을 것이다. 반면 종신 재직권을 얻지 못한 젊은 교수들은 공적인 선언, 정치적인 가맹 그리고 캠퍼스와 국가 차원의 정치에 관여하는 데 훨씬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수들에게 부여된 연구와 표현의 자유는 이상이나 원칙이 아닌 실제적인 자유가 돼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는 편향이 자신을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행정 책임자의 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으로부터도 구체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종신재직권이 아니더라도 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법적 대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입증 책임이 교수에게 돌아갈 것이고, 교수들은 경제력이 월등한 상대에 맞서 법률 소송을 벌여야 할 것이다.

비극적으로 들리지만, 대학교수는 일단 종신 재직권을 받으면 고집불통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래도 여전히 직장을 보장받는다. 흔하지 않은 희귀한 사례에서조차 학문의 자유를 보호받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대학을 독특한 사회적 제도로 만들어준다.

학문 자유를 침식할 수 있는 두 번째 조건은 훨씬 교묘하다. 대학이 학문 자유에 직접적, 명시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연구비 지원에 대한 의존성이나 윤리적 규범이 변화할 경우다. 그렇게 되면 학문 자유는 시민들이 엇비슷한 후보들 중 한 명에게 투표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권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교수들이 두 문화 사이에 놓여 있고, 그중 하나가 공공 비판자로 활동하는 것이 금기로 간주되는 문화라면 학문적 자유를 가지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 학문 자유의 사회적 가치는 그 건강한 사용에 있다. 대학과 기업의 중첩하는 문화는 학문 자유의 역할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특히 과학 교수직은 학문 자유의 측면에 한층 더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 정부 지원금으로 이뤄지는 정당한 연구에서도 대학 과학자들이 기업 파트너들의 규범에 순응한다는 연구결과는 충격이다. 교수라는 지위가 주는 위세와 권위가, 개인적인 부를 추구할 자유를 원하는 이기적인 기업가들을 위한 발판으로 변질 되고 있다. 제임스 두더스태트 미시건대 총장도 “교수의 전문적인 능력에 대한 시장의 압력이 늘고 대학이 단순히 교수들의 경력을 쌓기 위한 중간역이 되고 있다”며 “많은 교수들이 ‘대학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는 고민에 휩싸이게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학의 과학자들은 기업의 CEO나 기업들을 위한 시녀가 돼서는 안 된다. 대학의 이해상충이 금지되거나 예방되기보다 교묘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게 되면, 대학이 수행하는 공익적 기능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대학 과학의 상업화를 고발한 셀던 크림스키 교수의 『부정한 동맹』(김동광 옮김, 궁리, 2010.5) 중 일부를 발췌·요약한 글이다.
셀던 크림스키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정의료 및 지역사회건강학과)는 1970년대 후반, 재조합DNA 논쟁에 적극 참여한 이후, 과학기술과 사회, 기술위험, 과학 상업화 등에 천착했다. 『Hormonal Chaos』, 『Social Theories of Risk』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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