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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스마트폰이 주는 교훈
[문화비평]스마트폰이 주는 교훈
  •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 승인 2010.07.1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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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갤럭시, 옵티머스, 시리우스, 디자이어, 넥서스원……. 브랜드명으로만 보면 마치 자동차 시장을 연상케 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제품에 이어 해외 단말기 판매가 본격화되는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국내에서만 40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곧 모바일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동시에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의 개막이 머지않았음을 뜻하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smart phone)이란 휴대폰과 개인휴대단말기(PDA)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휴대폰 기능에 일정관리, 팩스 송·수신 및 인터넷 접속 등의 데이터 통신기능을 통합시킨 최첨단 뉴미디어다. 가장 큰 특징은 완제품으로 출시돼 주어진 기능만 사용하던 기존의 휴대폰과는 달리 수백여 종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치하고 추가 또는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더 발전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팔리고 있는 스마트폰의 기능만 보아도 그 활용영역은 놀라울 따름이다. 한마디로 기존의 컴퓨터 세상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여기다 트위터(twitter) 기능까지 가세함으로써 이제 스마트폰은 그 쓰임새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의 인터페이스와 미니홈페이지의 ‘친구맺기’ 기능, 메신저 기능을 한데 모아놓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2006년 3월 개설된 이래 전 세계 이용자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해 나가고 있는 것이 ‘트위터’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필자 같은 아날로그형 인간이라면 마냥 즐겁게 뉴미디어를 반길 수는 없는 모양이다. 복잡한 기능을 익히는 것도 그렇지만, 이러한 최첨단 정보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정보들의 ‘저열함’ 때문이랄까. 오랜 세월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가르쳐 온 ‘책’의 빈 자리를 스마트폰이 차지하게 된다면 인간들은 바야흐로 ‘즉흥성’에 휘말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겹친다. 이미 휴대폰 문자 메시지 기능의 활용에서 검증된 것처럼 우리 청소년들은 思索보다는 기분 내키는 대로 그들의 욕망을 배설하는 창구로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마트폰의 열기 속에 우리 부모 세대의 낯빛이 死色으로 변할 일만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트위터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저귀다”라는 뜻 그대로 트위터는 재잘거리듯이 하고 싶은 말을 그때그때 짧게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 수도 최대 140자로 제한돼 있다. 관심 있는 상대방을 뒤따르는 ‘팔로우(follow)’라는 독특한 기능을 중심으로 소통하는데, 상대방이 허락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뒤따르는 사람’ 곧 ‘팔로어(follower)’로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웹에 직접 접속하지 않더라도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SMS)나 스마트폰 같은 휴대기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글을 올리거나 받아볼 수 있으며, 댓글을 달거나 특정 글을 다른 사용자들에게 퍼트릴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빠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속보를 주무기로 내세우는 세계적 뉴스채널 CNN을 앞지를 정도로 신속한 ‘정보 유통망’이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가 선거전에서 트위터의 효과를 제대로 봤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지방선거에서 트위터를 통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캠페인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자사 및 제품의 홍보나 고객 피드백 접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국어 홈페이지(http://twtkr.com)도 개설된 바 있다.

하지만 트위터 이용자들이 ‘지저귀는’ 혹은 ‘재잘거리는’ 내용이란 게 일본의 ‘하이쿠’처럼 촌철살인의 경지를 보여준다거나 오랜 생각의 결과를 조심스레 털어놓는 수준이 아니라 순간적인 ‘즉흥’을 퍼뜨리는, 그리하여 감정의 과잉을 부추기거나 상념의 찌꺼기를 거르지 않은 채 흘려보내는 하수구에 불과하다면 이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한번 퍼져나간 메시지를 주워담을 만한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경쟁적으로 글을 올리는 잘못된 습성이 고착화함으로써 하지 말아야 할,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난무하는 트위터의 세계는 또다른 公害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신중하기보다는 자유분방하기만 한 신세대들에게 스마트폰은 끝없는 방종의 터널을 제공해주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지기에 앞서 ‘스마트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아직 스마트폰이 없어 망설이다 어떤 모델이 좋을까 고민해야 하는 내 처지가 민망한 요즈음이다.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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