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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시간강사의 경제학
[대학정론] 시간강사의 경제학
  • 한준상 논설위원 / 연세대·교육학
  • 승인 2010.07.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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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상 논설위원 / 연세대·교육학
시간강사들의 애환을 정책적인 시각으로 다루기 위해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가 팔을 걷고 나섰다. 사통위가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시간강사들의 임금수준을 현 전임강사 임금의 절반수준으로 인상하고 그들에게 국민연금, 건강보험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고등교육법에 전업시간강사(가칭)임을 명기해 이들 강사들의 고용안정성을 높여주도록 했다. 강사대책의 골격으로 보면 지난 그 어떤 강사대책에 비해서도 보다 더 진일보 된 개선안이다. 그간 열악하기만 했던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고 한 노력이 역력히 드러나 보인다는 점에서 강사들을 위한 열린 대책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사통위의 강사대책은 아직도 버전 1.0정도의 땜질식 강사대책이라고 비정규교수노조들이 반발하고 있다.

비정규교수, 말이 좋아 비정규교수이지, 시간강사를 그렇게 말이라도 격상시켜 부르는 것이다. 저들은 어떤 학력, 그 어떤 지력을 갖고 있더라도 정규직이 아니라 그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한 학기살이 임시직일 뿐이다. 사통위가 가동하기 전에 만들어진 시간강사들의 처우에 관한 대책들은 그저 막힌 안들이었다. 기존의 강사대책들은 일반적으로 강사료를 매년 몇 %씩 올려주면, 강사들은 그것이라도 감지덕지한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만들어낸 대책들이었다.

대학들은 강사들이 전임교수 이상으로 엇비슷한 지적인 노동을 하면서도 처우에서만큼은 시간급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제일 잘 알고 있다. 대학들은 나름대로 경영의 관점에서 경비를 절감하려고 노력한다. 그중 효력이 큰 방법이 시간강사들의 임금동결 같은 것이었다. 방학을 한 주만 앞당겨도 한 10억 원 이상이  절약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그 유혹을 뿌리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학생인구가 많은 대학일수록 강사료의 동결을 즐겨 활용하는 것이 결코 우연한 것도 아니다.

시간강사 대책은 시간강사의 경제학에 묶여 있는 한 풀릴 수가 없다. 대학경비의 절감을 시간강사의 노동력으로 어떻게 해 보겠다는 막힌 생각들이 대학에 뿌리내리고 있는 한 대학혁신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시간강사들의 문제를 대학에게 맡겨서는 풀릴 기미가 있을 수 없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고급두뇌, 고급인적자원개발과 보호를 위해서라도 강사대책은 국가의 인적자원개발정책이라는 큰 틀로 제시돼야 한다. 시간강사들에 대한 대책은 한국대학교육의 혁신을 위한 뚫린 생각으로 만들어 져야 한다는 뜻이다. 터널은 이쪽과 저쪽이 뚫려져야 제 용도로 쓰일 수 있듯이, 열어놓았어도 뚫리지 않으면 그것은 막힌 것일 뿐이다.

사통위가 제시한 혁신적인 시간강사대책에 대해 비정규교수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분노로 가득 찬 것은 저들이 얄팍한 처우개선과 같은 이기적인 생각에 안주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간강사들의 문제가 풀리면, 한층 더 효율적인 대학경영의 방법도 찾아질 것이고 동시에 한국대학혁신의 길이 보일 것이기에 저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새로 대학총장이 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취임사에서 대학의 수월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큰 포부들을 밝히곤 한다. 대학교육의 수월성은 강사들에 대한 선진화된 대책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저들이 모를 리가 없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서구대학들의 모양만 보지 말기 바란다. 대학경영과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간강사에서 화장실 변기개선에 이르기까지 저들이 보이고 있는 세심한 신경 쓰기도 배울 만하다.
사통위는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에 관한 열린 대책 마련에 안주하지 않고 대학교육의 혁신을 위해 뚫린 강사대책, 말하자면 새로운 버전의 강사대책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비정규교수노조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 그럴 것은 더욱더 아닐 것이다.

한준상 논설위원 / 연세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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