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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학생상담이 중요한 이유
[딸깍발이] 학생상담이 중요한 이유
  • 민윤기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심리학과
  • 승인 2010.07.0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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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다변화돼 가는 현대 사회에서 정신적인 문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들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대학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의 전공인 심리학과 관련해 매학기 과목당 평균 2명 정도의 학생들이 수업시간 도중에 상담을 요청해 온다고 한다. 학기당 25개 정도의 심리학 강좌가 개설된다고 보면, 수치적으로 50여명 이상이 상담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학교 전체적으로 본다면 훨씬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각 대학에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많은 인원이 학교 안에 상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류상으로는 졸업했지만, 여전히 취업 준비를 위해 학교에 머물고 있는 인원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졸업한 학과 근처에 머물면서 재학생들과 계속 교류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재학생에게 제공되는 여러 혜택들이 졸업 이후에는 제한을 받게 된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한 졸업생이 점심식사 후 간단한 운동을 위해 공을 빌리러 갔다가 학교로부터 공을 빌려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에 방화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도 대학 내에서 큰 잠재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무엇보다도 우선 대학 내에서 학생지도 못지않게 학생심리 상담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담의 가치와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는 대학구성원들이 여전히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이 사용하는 예산에 비해 눈에 드러나는 성과가 없어 보이거나, 상담을 적당한 경험만 가지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대학 구성원들도 제법 많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마다 이러한 상담을 담당하는 기관의 규모를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주로 학생상담센터라는 명칭으로 운영하면서 비정규직 전임연구원이라는 직책으로 2명에서 많게는 4명의 인원이 행정 일을 보게 한다. 주로 학생처 산하에 보직 개념의 센터장을 두게 되는데 전공과 무관하게 순환시키는 일이 허다하다.

    결국 3~4명 정도가 대학 전체의 학생상담을 담당해 상담 시간만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학생상담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각종 행정 업무까지 맡아야 한다. 더욱이 어느 대학은 학교평가 때문에 마지못해 명목상의 조직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것은 근본적으로 학생상담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산은 많이 드는데,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지도 않고, 크게 보아서 일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다보니 대학상담센터에 순수상담 업무 이외의 일들이 많이 맡겨진다. 이것은 분명 상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또한 상담전문가들의 직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특히 상담과 관련 없는 전공의 센터장이 보직을 맡게 되면, 그야말로 상담 본연의 업무가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학생들 편에서 보면, 배가 아플 때 약국을 찾듯이 정신적 문제를 겪게 될 때 상담센터를 찾아야 하지만, 학교 내에 이러한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지 못하다면 혼자서 견디어 내야만 한다.
    일본의 한 과학단지 내에서 발생한 높은 자살률이 한때 언론의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기술만을 강조하다보면, 정신적인 고갈이 찾아오고,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알게 모르게 대학 내에서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상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며,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운영하는 상담 혹은 정신건강 시스템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대학이 그저 기술 수준만 높여서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닫아두면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해악으로 찾아오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학생들의 정신건강 시스템의 중요성을 헤아려 보아야 할 때이다.

민윤기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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