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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해양인문학을 위하여
[대학정론] 해양인문학을 위하여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0.07.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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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7월 1일부터 여름바다의 상징인 해운대 해수욕장이 문을 열었다. 이후 전국의 해수욕장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7월이 열리면서 바다도 함께 열린 것이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사람들에게 쉼의 공간을 제공하는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바다를 찾는 일반인들에게 여름바다는 분명 갇힌 육지에 터를 잡고 살아온 자들에게 잠시나마 쉼과 휴식을 제공하는 휴식의 열린 공간이다. 그러나 늘 바다는 뭍에서 삶의 근거를 형성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인식돼 왔다. 이는 우리의 사유가 늘 육지 중심이었지 바다를 중심에 두고 사유해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생태계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의 원인은 육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생태 파괴적 사유와 그 실천의 결과이다. 그래서 극복방안도 육지 중심의 사고로 이루어지고 있다. 온 세상이 이구동성으로 내뱉고 있는 녹색성장, 저탄소, 그린정책, 새로운 에너지 개발 등의 개념들이 다 이런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육지 중심의 사유와 정책적인 패러다임을 통해 지구촌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해 갈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근원적인 규명과 함께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로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유의 근본적인 변혁을 시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의 육지 중심의 세계인식을 바다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바다 중심의 사유를 새롭게 펼칠 때, 지금까지 우리가 펼쳐온 육지 중심의 사유가 빚어놓은 인류문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안 제시는 우선 갈등과 분쟁의 역사가 계속돼 온 고착된 육지(땅)성에 비해 바다는 유동성과 교류성을 특성으로 하는 바다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바다 역시 각 국가들이 소유한 영역으로 분할되는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나라들이 공유함으로써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해의 영역이 훨씬 더 넓다는 점이다. 육지 중심의 삶을 살아온 인류는 지금까지 땅의 소유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 침탈과 갈등의 역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금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는 전쟁과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갈등의 역사를 초극하기 위해서는 공존의 바탕을 근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바다는 바로 이 인류가 추구해야 할 공존과 공생을 위한 사유의 터를 제공하고 있다.  

바다가 지닌 육지와는 다른 공존과 공생의 터는 바로 21세기가 풀어가야 할 생태학적 삶의 철학을 내재하고 있다. 바다가 내장하고 있는 공존과 공생의 가치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공생해야 하는 생태학적 삶의 토대를 제공한다. 이는 바다가 모든 생명체들이 공생해야 한다는 우주적 생명원리를 추출할 수 있는 사유의 매개항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육지 중심으로 구성된 지구본을 바다 중심으로 뒤집어 놓고 보면, 육지는 5대양에 떠있는 큰 섬들에 불과하다. 5대양이 6개로 이뤄져 있는 대륙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육지가 바다 환경에 포위돼 있는 형국이다. 바다 환경의 변화가 육지의 기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이미 잘 밝혀져 있다. 해수온도의 상승이 지구촌의 기후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는 우리가 지금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바이다.

지구촌의 미래를 가늠할 바다에 대한 사유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는 바로 우리가 지금껏 고수해온 天地人 중심의 세계인식 패러다임을 天海人 중심으로 바꾸어 가야하는 해양 인문학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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