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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주주의는 진화하는가
[대학정론] 민주주의는 진화하는가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0.05.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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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30주년을 맞았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30년의 세월은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바라볼 때, 온전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결코 단 기간에 완성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인간의 생애로 보면 30년의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 개인에게 30년의 세월은 성년을 넘어서 스스로 자신을 주체해야 할 장년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30년의 세월을 이렇게 문제 삼는 것은 그 동안 광주민주화 운동이라고 명명된 이 역사적 사건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그 의미가 재해석되고, 생활 속의 민주주의로 뿌리내려 왔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30년 동안 광주를 중심으로 관련 단체들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 되면, 다양한 행사를 통해 그 정신을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몸짓들을 계속해 왔다. 그런데 정작 광주민주화 운동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의 가슴에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 제대로 각인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지금의 대학생들 중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제대로 그 정신과 역사적 의의를 알고 자신의 후세대들에게 설명해 줄 학생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이 젊은 세대들의 역사의식에도 문제는 많지만, 그 정신을 제대로 계승해 가기 위해 세워진 관련 단체들의 활동상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건이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되고, 그 사건이 지닌 정신적 의미가 제대로 뿌리내리려고 하면, 그 정신적 의미를 직접 체험한 1세대가 다음 세대에 그 정신을 철저히 전수시켜나가는 노력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간적으로는 광주라는 특정 지역을 넘어서는 보편의 정신으로 승화시켜냄으로써 광주의 민주화 운동이 한국의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는 바로 광주민주화 운동은 다른 지역의 민주화 운동과 맥을 같이 하면서, 그 동질성과 차별성을 통해 한국민주주의의 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구체적 대안이란 바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내면화되고 실용화되는 민주주의의 실천이다.  

30년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생활 속의 민주화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 지지부진한 한국의 민주주의 진화를 위해 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의 정신적 토대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각자 다른 입장과 의견을 서로 인정하고, 이 다른 입장을 하나로 통합해 나가는 토론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지지부진한 근본적인 이유의 하나가 이 토론 문화의 토대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음에 있다. 토론 문화의 정착이란 그렇게 쉽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는 성장과정에서 철저히 훈련돼야 하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문화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학생 중심의 토론식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들마다 토론식 수업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대학 수업이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로만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수업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종관계나 일방적인 관계로의 관계형성은 민주의식을 고취시켜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론은 주체와 타자 사이에 평등을 전제로 한 공동의 선을 도모하는 인류가 개발한 최선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30년전 피로 물든 광주를 떠올리며 토론식 수업의 일상화를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론의 일상화 없이는 민주주의의 진화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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