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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학계 서비스 … 중복 학술용어 표준화했다
8월부터 학계 서비스 … 중복 학술용어 표준화했다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5.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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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 앞둔 학술 전문용어 정비 사업

‘하이드록시’, ‘키드록시’, ‘키이드록시’에 대응하는 학술용어는 무엇일까. 한국어로 ‘수산화’다. 하나의 단어를 놓고도 인접학문 분야인 의학, 치의학, 약학 계에서 쓰이는 용어가 제각각이다.

중구난방의 학술용어를 정비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이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주도로 2003년부터 실시돼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후속작업을 마무리하고 오는 8월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의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40개 학문 분야에서 52만여 개 단어가 정비됐다. 이 작업의 연구책임을 맡았던 조동성 前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중복된 용어는 표준화하고, 혼동을 야기하는 용어는 재정의 하거나 대체 단어를 만들었다. 용어 체계에 공백이 있을 경우 새로운 단어를 생성하기도 했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용어 정비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선 학문 분야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는 일찍부터 용어정비 사업에 공감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과학기술용어의 표준화를 위해 『핵심과학기술용어집』을 발간하고 있다. 의학계는 1976년부터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학용어위원회를 둬 의학용어를 정비하고 우리말 의학용어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인문학 분야는 학술용어 정비 작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는 교육을 생각한다면 학술용어의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하면서도 지나친 획일화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학문의 전문화와 일반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에 학술용어 정비의 답이 있다.

강현화 연세대 교수(국어학)는 학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사용하는 학술용어에 학자로서 충분한 사상적 고민이 있는지 되묻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다. 여전히 국내 학계의 많은 학술용어는 일본식 한자어를 그대로 받아쓰거나 원어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학술용어 정비는 용어가 가진 질과 연결된다. 학자들의 고민이 배어있다면 학문 분야에 따라 다수의 용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학계 용어가 그 수준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학술용어 정비는 학문간 소통의 장벽을 허문다. 특히 전산화 작업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정비된 용어는 검색이나 변환에 유용하다. 학술용어 정비 작업이 학계의 내실화를 키워 학술적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해 본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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