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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교수의 자질
[딸깍발이] 교수의 자질
  • 임상우 편집기획위원/서강대·사학과
  • 승인 2010.05.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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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우 편집기획위원/서강대·사학과
동서를 막론하고 한 대학의 대내외적 위상과 명성은 말할 것도 없이 소속 교수단의 학문적 자질로써 결정된다. 물론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지만, 이러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학술 연구와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 대학들은 양질의 교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재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정보공시 등 대학의 교육 여건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치열한 경쟁 체제 속에서, 대학들은 몸살을 앓으면서도 살아남기 경쟁에 자의반 타의반 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교수 인력의 양과 질에 대한 배려는 첨예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질적 요소에 대한 고려가 별다른 기준 없이 그저 논문의 개수로 판가름 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돌이켜 보면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대학들의 교수임용 관행은 아닌 게 아니라 최고의 교수 인력의 기준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반성을 요구한다. 흔히 하던 말로 ‘실력’있는 교수를 임용한다고 했지만 그 실력은 객관적으로 검증되기가 어려웠고, 이른바 ‘인간성’이 학과 내 임용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경우가 빈번했다. 그 인간성은 때로는 본질을 일탈해 선배 교수들과의 학연 또는 친밀도를 의미했고, 그 친밀도는 수십 년간의 일방적인 학문적, 경제적 착취 관계를 의미하는 적도 왕왕 없지 않았다.

    필자가 관찰하고 경험한 바로는 그 인간성은 끝내 기대만큼 보답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막상 채용 과정에서는 선배 교수들에게 견마지로를 다할 것 같이 몸을 낮추고 자중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과 내의 권력 구도의 변화에 따라 그 인간성은 얼마든지 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력’있는 교수들은 인간성은 좀 까칠하더라도 그 실력으로써 학과와 학교에 기여하기도 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웃 학과에서 인사문제를 가지고 골머리를 앓고 있으면 필자는 “인간성 보다는 실력”이라는 기준이 정답일지 모른다고 충고하곤 한다. 인간성으로 임용된 교수는 세월이 가면 그 인간성마저 보잘것없어지지만, 실력은 기대를 배반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었다.

    이제 대학들이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서면서 일부 사정이 나은 전공분야의 경우 적어도 교수 요원의 양적 확보에 있어서는 숨통이 트이는 양상이다. 그런데 공정한 임용 과정이라는 미명 하에, 축적된 논문의 개수로 무 자르듯 임용 순위가 결정되고, 또한 임용 후에도 산출하는 논문의 개수로 대우가 달라지는 현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대학 교수의 기능 중에 연구능력이 아무리 우선시 된다고 하더라도 교수의 일차적 사명은 학생의 교육에 있다. 연구 우선시 풍토에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논문을 많이 쓰는 교수는 학생들을 돌볼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들고, 심지어는 교실 내외의 학생 접촉을 귀찮은 일로만 여기게 만드는 교수업적평가제도가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육이란 전인격적으로 교수자로부터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대학에 요구하는 것을 보더라도 졸업생의 전문 지식보다는 인성교육의 부재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과도한 연구업적 생산에 부심하는 교수들에게 학생들과 인간적 소통에 신경쓰며 교육의 본질을 숙고하라는 주문은 무리일 것만 같다.

    대부분의 초임 교수들은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결여하고 있다. 박사학위 취득은 전공 지식에 대한 완성도를 증명하는 것이지, 교육방법의 숙련도나 교육자적 자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과 인성교육이 문제되고 있는 이즈음, 한국 대학들은 신임 교수의 선발 기준에 대한 재고와 함께, 선발 이후에 교육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재교육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숙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임상우 편집기획위원/서강대·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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