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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순환’시대, 조급한 반응보다 넓고 긴 안목으로
‘두뇌순환’시대, 조급한 반응보다 넓고 긴 안목으로
  • 송하중 경희대·행정학과
  • 승인 2010.05.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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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과학기술자는 달라졌는가

“힘들지만 여기서 얼마 동안 경력을 쌓고 난 뒤 한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수년전 미국의 한 주립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K박사의 말이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하던 그는 미국으로 갈 기회를 찾다가 업무상 몇 차례 접촉했던 이 대학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왕 미국에 왔으니 정착할 생각은 없냐는 물음에 그는 꼭 귀국할 거라고 말했다. 자신의 일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두 아들이 대학을 가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몇 년 만 일하다가 한국에 돌아가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여건이 맞지 않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안정된 자리를 가진 Y교수가 한 이야기였다. 그는 잠시 소속 대학을 떠나 NSF에서 자신의 전공 분야 PM으로 일하고 있었다. Y교수가 말하는 귀국과 관련된 어려움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자녀들 문제였다.

K박사는 한국에서 박사를 받고 미국으로 직장을 구해 건너간, 수적으로 많지 않은 예이다. 그와 같은 형태로 미국에 건너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K박사가 확고한 귀국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약간 의외의 일이었다. 반면 Y교수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경우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항상 하고 있지만 미국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귀국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Y교수는 나중에 운 좋게도 유수한 국내 대학에 총장으로 초빙을 받아 귀국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한미 간 두뇌순환에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07년 미국 NSF의 조사에 의하면 그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중 68%가 미국 체류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한국으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28%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1998년의 조사 결과와 대비할 때(미국체류 : 44%, 귀국 : 45%)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통계수치 자체에 조급하게 반응하기보다, 이들의 생애 주기적 선택이 그들 개개인과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게 유도하는 넓고 긴 안목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미국에 있지만 미국외의 나라 중 가장 쉽고 편하게 접촉하는 나라는 한국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와 연락, 연결하는 편리한 접촉점이 있어서 한국인의 강력한 ‘수구초심’을 유지하게 하느냐이다.

언론에 가끔 다른 나라들이 고급 두뇌의 귀국을 촉진하기 위해 채택한 방안들이 보도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외국에서 유인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우리가 1960년대 KIST 설립 당시 내걸었던 파격적 초빙 조건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 수준에서는 개별 기관, 조직 단위로 필요한 인력을 유치하는 장치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고급인력 논의에서 한 가지 진지하게 고려해야할 요소가 있다. 주로 2000년대에 학위를 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일관되게 지적하는 바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 여건에 대한 것이다. 한국의 각박한 교육 현실에 대한 우려가 잔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 사람이 대단히 많은 것을 그들의 과장된 자기 방어 논리라고만 할 수는 없다. 만일 자녀 교육 문제가 그들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면 우리가 고급인력을 확보,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의 문제보다 사회 전반에 걸친 업그레이드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이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과학기술2.0>에 실린 ‘송하중 칼럼’을 요약한 글입니다.

송하중 경희대·행정학과

송하중 경희대·행정학과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한국정책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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