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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중남미, 이미지의 실체
[學而思] 중남미, 이미지의 실체
  • 김우성 부산외대·스페인어과
  • 승인 2010.05.03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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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정보의 시대면서, 동시에 이미지 코드(Image Code)의 시대이다. 정보의 객관성과 이미지의 주관성이 상충하며 국가 혹은 지역의 이미지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상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는 유기적으로 조합되며 대상의 객관적 실체에 대한 정확하고 실증적인 접근을 왜곡하는 경향을 지니게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중남미는 얼마나 객관적 실체로 파악되고 있는가라는 성찰적 시선은 매우 중요하다. 과연 지구촌의 시대에서 우리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연계하고 협력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정확한 실체에 대한 관심과 규명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지는 국가 경쟁력과 국가 브랜드를 얘기하는 현 시점에서 무척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미지와 실체를 구분하고 판단하는 실증적인 연구와 분석이 중요한 이유다.

중남미가 21세기 대한민국이 주목해야 할 주요한 대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막대한 경제적 가치의 대상으로서 중남미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에 의해 형성된 지역 이미지는 실체와 정보를 왜곡하는 전형적 사례다. 중남미는 활용 가능한 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타자로서의 주체이기 때문에 외부의 적극적 개입에 의해 개발이 가능하다는 시선은 분명 우리에게는 전략적 접근 방식으로 적합하지 않다. 선점권을 쥐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서구적 주체의 역할을 보조하는 하위적 기능만 상기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2010년 1월 12일 발생한 아이티의 대지진은 전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물론 23만 여명이라는 끔직한 숫자의 사망자와 희생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티의 복구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을 기획하는 선진국들의 각축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아이티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설령 해외 유수 언론과 매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해도 정보의 진위여부를 포함해 활용 가치와 가공 자료로서의 의미에 대한 분석 능력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와 평가 기준을 갖기란 불가능하다. 

오늘날 글로벌을 얘기하는 우리에게 중남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국적인 여행지로서의 이미지를 넘어 실증적 시각에서 구체적 대상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실체에 대한 구체적 정보와 명확한 분석이 요구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중남미지역원은 지역에 대한 객관적 실체의 정보와 이미지를 수집하고, 정리·분석함으로써 종합적인 연구 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는 설립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객관적 정보와 이미지를 위한 연구를 전개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를 사회에 제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해외 지역 연구소로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고 있다.

중남미지역원은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획기적인 성장을 이룩했으며 2008년에는 HK사업에 선정돼 국내 중남미 지역연구의 명실상부한 산실 역할을 맡아 현재 매트릭스적 접근법에 바탕을 둔 지역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사회변동의 흐름과 지역적 특성이 만나서 나타나는 긴장과 통합의 관계가 중남미의 사회·문화·역사·정치·경제 속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을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설명해 내는 작업이다.

국가와 지역의 이미지는 21세기 매우 중요한 자산적 가치를 지닌다.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과 밀접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남미 지역의 이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적 태도와 실증적 연구 자세는 왜곡된 이미지에 가려 놓칠 수 있는 실수와 잘못을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다. 정부와 민간단체, 연구소가 유기적 관계망에 의한 상호 협력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연구소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의 정립을 모색할 수 있다.

김우성 부산외대·스페인어과

필자는 부산외대 중남미지역 원장으로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기초 스페인 문법』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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