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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출판 재개념화가 필요한 이유
[문화비평] 출판 재개념화가 필요한 이유
  •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 승인 2010.04.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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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디지털 시대로 요약되는 오늘날 출판산업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고비용 저효율’에서 ‘저비용 고효율’ 산업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성이 적극 제기되고 있다.
첫째, 출판시장은 1997년 4조 원대 시장에서 2008년 2조 5천억 원대 시장으로 감소함으로써 위기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둘째, 종이책의 90% 이상이 연간 100권 내외의 판매고를 보임으로써 도서판매 대비 과도한 제작비용, 물류비용 때문에 출판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셋째,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펴낸 『2009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국내 출판사 수가 3만 개를 돌파했으나 이 중에서 책을 단 한 권이라도 낸 곳은 2천777개(8.7%)였으며, 무실적 출판사가 무려 2만 8천962개(91.3%)에 이를 정도로 편중현상이 심하다.

그 밖에 국내 도서출판에 소비되는 종이 소비량이 30년생 나무 3,500만 그루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출판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종이책 대신 다양한 디지털매체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에는 ‘전자출판’에 따른 결과물로서의 ‘전자책(e-Book)’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책 출판 부문은 개별 전자매체에 정보를 수록하는 패키지 형태와 통신을 이용한 온라인 형태로 나뉘어 진화해 왔는데, 특히 온라인 방식에 있어서 오늘날에는 모바일 등 첨단 뉴미디어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계속해서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출판환경의 변화에 힘입어 이른바 ‘전자책서비스업체’가 등장하게 됐고, 기본적인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전자책서비스업체와 기존 출판사 및 저자 사이에 전자책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다양하게 체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날로그 출판환경이 급격하게 디지털화함으로써 현행 저작권법 체계 등 관련법률과 제도의 변화 또한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미처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서가 만들어지고 있거나, 저작권 및 출판권을 둘러싼 법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약이 이뤄지고 있거나, 서비스업체의 일방적 요구대로 계약이 체결되는 등 새로운 갈등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의 핵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무엇보다도 출판은 ‘책’ 곧 ‘圖書’를 의미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출판은 줄곧 도서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쓰여왔다. 그러나 엄격하게 구분한다면 출판과 도서는 분명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진다. 출판은 하나의 과정이며 일련의 행위인 반면, 도서는 그러한 행위나 과정의 산물이다. 또, 출판이 인쇄의 개념과 병존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인쇄술은 도서의 대량생산과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어 도서의 상업화에 기여한 ‘하나의 기술’임에 틀림없으나, 출판업 종사자나 이에 관계된 전문인들조차 출판과 인쇄는 상호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개념상의 등식이 뿌리 깊게 내재해 있다. 이로 말미암아 출판은 곧 인쇄물을 의미하게 됐고, 아직도 출판과 인쇄는 동류항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에 의한 새로운 출판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기존의 ‘출판’ 개념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종이 없는’ 출판을 가능하게 했으며, 기존의 출판행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보사회 이전에는 출판이란 사상이나 감정 등을 정형화된 용기에 담아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했으며, 이러한 행위를 둘러싼 경제적 관계를 통칭하여 ‘출판산업’이라고 불러왔다. 곧 도서(종이책)의 생산·유통·소비를 둘러싼 경제적 메커니즘을 가리켰지만 이 같은 아날로그 시대의 개념으로는 더 이상 디지털화된 출판물을 적절하게 설명해줄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출판에 대한 개념의 변화는 출판산업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출판에 대한 근본인식을 바꾸어놓게 된다는 점에서 ‘출판의 재개념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한편에서는 출판이 ‘올드 미디어’라는 생각으로 점철되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이를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여기면서 출판을 가리켜 최첨단 매체인 동시에 문화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출판의 위상에 대한 총제적인 점검과 더불어 개념을 재정립하는 일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다.

김기태 세명대·미디어창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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