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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다시 저술을 말한다
[대학정론] 다시 저술을 말한다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0.03.29 1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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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교수들에게 저술활동은 중요하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 저술은 그 학문영역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수라는 점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이공계 분야와는 달리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는 연구논문 몇 십 편보다 한 권의 제대로 된 저술이 훨씬 의미가 있다.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면, 저술활동이 대학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저술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이나 토대가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모든 대학들이 연구논문에 대한 지원은 활발하지만, 저술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상태이다.

또한 대학 외부 공적 기관에서 지원하는 저술지원 프로그램 역시 그렇게 충분하지 못하다. 대한민국학술원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도서를 선정해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한국연구재단의 저술지원 프로그램이 그나마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에서 생산되는 학술도서의 양과 질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출판사들의 학술도서 출판 역시 마찬가지 현실이다. 대학마다 설립된 대학출판부들이 학술도서를 출판하기는 하지만, 출판사 경영의 문제로 대학교재 출판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밖의 일반 출판사들은 소수 연구자들을 위한 전문 학술도서 출판에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대중적인 책이 아니기에 출판사가 안아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출판사가 전문 학술서를 기획 출판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출판 현실 속에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학술도서 출판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 것도 문제이지만, 학술도서의 질의 문제도 극복해 가야 할 현안 중의 하나이다.

인문분야든 사회과학 분야든 우리의 학문연구사를 개관해보면, 서구학문의 수용사라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공계 분야에서는 이제 조금씩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원리를 창안한다는 것이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교수들이 나름의 열정을 갖고 독창적인 원리나 이론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그 연구 결과가 당장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우리가 처한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우리들이 접하는 많은 학술저서들이 외국이론의 번안 수준이나 그 이론에 기대어 한국사회를 분석한 결과물들이 태반이어서 우리 현실을 우리의 이론으로 체계화 시킬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서 우리의 이론으로 체계화된 학술서들이 다른 나라에서 번역돼 그들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틀로 사용되는 날은 기대하기 힘든 것인가 하는 자문도 함께 해본다. 지금 현재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중흥을 위한 정부차원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이들의 연구방향을 연구논문 중심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연구논문 중심에서 벗어나 저술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자들의 저술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각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학술도서출판에 대한 지원체계도 새롭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지식정보사회를 주도할 만한 값진 저작물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저술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지원체계보다는 장기적인 저술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연구논문도 충분한 연구 시간이 필요하지만, 저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한국학계의 저술문화가 更生할 수 있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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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자 2010-04-05 10:29:22
"이공계 분야와는 달리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는 연구논문 몇 십 편보다 한 권의 제대로 된 저술이 훨씬 의미가 있다."고 하셨는데요...이공계 분야를 잘모르시고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이공계에도 마찬가지로 연구논문 몇 십 편보다 한 권의 제대로된 저술이 훨씬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말씀드리면, 연구저술 수백 수천편보다 제대로된 논문한편이 훨씬 더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