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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3不과 대학자율화
[대학정론] 3不과 대학자율화
  •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 승인 2010.03.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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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정운찬 국무총리는 교수 출신이라 대학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관료들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옳게 다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대학의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不’정책이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재검토해봐야 할 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들린다. “고교등급제는 이미 현실적으로 무너진 제도”라고 평한바 있는 정 총리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사교육비 경감 민·관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3不 완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대학경쟁력 강화에 대한 정총리의 의미 있는 발언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不 정책은 대학입학 전형과 관련한 과거 정부의 정책에서 나온 부산물이기에 MB정부는 대학의 자율화 정책을 조용히 추진하면 되는 것이지, 쓸데없이 불필요한 논란을 또 일으킬까봐 걱정 된다”는 식으로 논평했다고 한다.

3不 정책의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따지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 입학제는 모두 대학에게 자율권을 부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3不 정책에 걸려있는 사안들은 풀리기만 하면 일거에 자동적으로 처리될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교육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으로 풀릴 것들이다. 지난 정권마다 대학에게 자율권을 보장하지 못했던 큰 이유는 대학의 자율권을 사교육 증가문제와 연관시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조건 속에서 사교육에 대한 억지논리들이나 양산해냈다. 3不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런 저런 보완책을 병행하면 국민의 사교육의존도가 내려갈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 생각은 부족하기만 한 논리였을 뿐이다.

대학에게 자율권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공교육 정상화도 앞으로는 현재의 혼란수준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것을 아인슈타인이 즐겨 사용했다는 사고실험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이제, 사교육비를 억제시키는 최선의 대안이 EBS 수능방송이라고 치자. EBS 수능 방송에서 수능문제가 100% 나온다고 하자. 모든 수험생들의 총인원을 101명이라고 치고,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수능방송만을 보고 수능고사에 대비했다고 하자. 그 결과 101명 모두가 수능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고 하자. 모두가 서울에 있는 브랜드대학에 들어갈 수 있지만, 대학 총정원이 100명으로 묶여 있다면 1명은 어차피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 그 한명을 떨어트리기 위해 브랜드 대학들은 엄청난 경비를 들여 가장 과학적으로, 가장 객관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학생 선발방법들을 고안해내야만 한다. 정부의 말만 믿고 수능에 대비했지만, 정원에 묶여 대학입시에 낙방한 그 학생을 정부명령으로 구제해 줄 수도 없다. 정부방침대로 수능방송만 믿었던 학부모들은 끝내 멍청한 학부모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 부모에 해당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슬픔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부모도 정부방침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대학 자율화 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대학자율화는 그간 취약해진 대학의 경쟁력과 허약해진 공교육의 경쟁력 동시에 키워주는 보약이나 마찬가지이다. 대학자율이라고 해서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부정을 눈감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대학을 그만 규제하고, 대학에게 자율권을 되돌려 주어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늦은 감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선진국 대학들의 주변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는 그들의 대학자율화정책을 본받아 실천해야 할 때이다. 대학이 정권을 믿게 만들어 주면 저들은 정권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대학자율, 그것이 대학에게는 자생력과 면역력을 키워주는 비타민이다. 몸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산삼이나 녹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설탕물만도 못한 법이다. 3不 정책의 질곡을 끊어 놓는 일, 바로 그것이 MB정부가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길러주기 위해 해 주어야 될 일 깜이다. 한국대학사는 그 조치를 대학혁명의 시발점이라고 기록해 둘 것이다.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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