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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새로운 자원 모색 … 역사적 차원의 검토 필요”
“비평의 새로운 자원 모색 … 역사적 차원의 검토 필요”
  • 박진우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0.03.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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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대한 비평적 사유의 확장_ 워크숍의 성과와 과제

지난 3월 3일 연세대학교 교정에서는 <비평과 정치>라는 제목으로 삼은 국제 학술행사가 열렸다.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 사업단과 동경대학교 철학연구센터(UTCP)가 2009년부터 공동으로 개최하는 국제 워크샵의 세 번째 행사였다. 새학기의 분주함 속에서, 수십 명의 청중들과 함께 모두가 종일 토론했던 화두는 바로 ‘비평’이었다.

우리 시대의 비평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문학은 왜 이 물음을 다시 던져야 하는가.  ‘비평(批評)’-‘비판(批判)’이란 무엇을 분별하는 판단과 결정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인간의 사유의 한계를 올바르게 설정함으로써,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지적 가능성의 조건을 탐색하는 실천 행위를 말한다. 그렇기에 비평이란 어쩌면 인문학이 맡아야 할 본래의 사명이자, 또 인문학이 시대와 소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두 연구 기관은 바로 이러한 비판(비평)의 자세가 새로운 세기의 지적 도전을 준비하기 위하여 사유의 주체들이 스스로 점검해야 할 필수적인 준비 사항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비평은 결코 특정 분야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인문학은 정치와 역사,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연구자들의 삶의 환경을 조건 짓는 학술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이러한 비평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모든 참여자들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과제이자 목표였다. 그런 면에서 비평의 자세를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노력이 <비평과 정치>라는 주제로 집약되었다.

실로 다채로운 비평의 목소리들을 한 자리에 담아낸 것은 양국의 신진 연구자들의 교류의 장이 정기화됨으로써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비평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되어왔던 문학과 영화 분야에서는 물론, 도덕이나 전쟁, 폭력과 같은 현대의 새로운 과제들을 놓고 비평의 고유한 태도를 재정립하려는 모색이 진행되었다.

물론 새롭게 채워나가야 할 영역들이 수 없이 남아 있다. 한일 공동 워크샵은 오는 9월에 장소를 일본으로 옮겨서 <비평과 역사>라는 또 다른 주제로 진행된다. 그것은 무엇보다 역사의 다양한 영역들이 인문학의 새로운 비평적 사유의 대상임을 토론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행사에서 중국철학 전공자인 나카지마 다카히로는 “비판과 도덕”이라는 기조 강연을 통해, 레비 스트로스의 불교 비판과 마르크스주의 비판, 그리고 일본 전후의 ‘윤리적 주체론’의 주인공인 우메모토 카츠미의 사유를 검토하면서 “진정한 인간적인 도덕”을 향한 철학적 비판의 사유를 전해 주었다. 이 주제는 무엇보다도 양국의 연구자들이 비판과 비평의 영역을 보다 역사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동아시아의 오랜 지적 전통 속에서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비평의 자원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시작하였음을 보여준 신호탄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보다 사회적이고 실천적인 인문학의 가능성을 과연 비평이라는 화두를 통해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비평과 정치, 비평과 역사라는 주제가, 또 내년에 새롭게 선정할 또 다른 공통의 화두가 이렇듯 인문학의 미래, 그리고 동아시아 공동의 사유의 모색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향해 나아가는 소중한 발자취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박진우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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