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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원천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국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원천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 김학민 나노기술연구협의회 회장
  • 승인 2010.02.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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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패러다임 변화 필요하다

일본의 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내놓은 ‘과학기술·연구개발의 국제비교’ 보고서에 의하면 전자정보통신(IT), 나노기술·재료(NT), 생명공학(BT), 환경기술(GT) 등 6개 분야 274개 첨단기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일본의 9분의 1 정도로 평가됐다. 광통신, 멀티미디어 시스템, 네트워크 제어관리, 고분자 플라스틱 재료, 신형 초전도체, 내시경 등 10여개 기술은 중국에도 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지속적인 첨단 기술개발을 통해 훨씬 더 멀리 달아나고 있고 중국은 우리의 턱 밑까지 추격해 왔다. 즉 현재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력 기술이 중국, 인도 등 고성장 신흥 개발 국가와 멀찌감치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 ‘넛-크랙커(nut-cracker)’ 신세에 처해 있다.

특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가져왔으며,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의 빠른 극복을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 세계적인 새로운 경제구조의 재편까지도 예견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생존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개발이 필수적 현안이며 이를 통해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에 추진할 ‘2010년도 원천기술개발사업 시행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원천기술개발사업은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고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바이오(1천544억원) △나노(455억원) △융합기술(1천195억원) △에너지·환경 등(355억원) 미래 유망분야의 핵심원천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사업으로 12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18%가 증가한 3천54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가 R&D는 단기간에 결과를 내는 투자에 집중돼 왔다. 이러한 R&D 투자 방식이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도 상당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원천기술의 부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욱 두려운 사실은 원천기술이 투자로 단시간에 얻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국가 R&D의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단기간에 실용화 될 수 있는 기술은 산업체에 맡기고, 직접적인 국가 R&D 투자가 아닌 융자 등의 간접 투자가 바람직할 것이다. 국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초원천분야에 R&D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원천기술을 이용해 세계시장을 장기간 독점할 수 있는 초일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원천기술은 수많은 실패를 통해 얻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가 R&D는 과감한 도전과 성실한 연구 실패도 인정해야 한다. 연구 실패도 국가의 주요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연구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교과부 과학기술개발 시행계획에는 원천연구개발의 선진화를 위한 다각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즉 3P(Paper, Patent, Product)분석을 통한 전략기획을 강화하고, 연구자 역량 및 질적 지표에 의한  평가를 확대(2009년 30% → 2010년 40%)하는 등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다년도 협약체결, 성실실패 용인 등 연구자 친화적인 시스템으로 보다 더 내실 있게 개선해 연구자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창의적으로 과제에 도전할 수 있게 연구환경을 대폭 변화시킨다니 반갑고, 환영하며, 기대가 매우 크다.

 
미래원천기술 분야는 신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분야이다. 다행히 융합원천기술 분야는 선진국도 기술개발 태동기에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실정에 맞는 R&D 시스템을 구축해 기초 원천단계부터 집중 지원한다면 선진국과의 경쟁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상당한 수준의 연구개발을 통해 생명공학, 나노분야 기술수준도 선진국에 근접했다. 지금부터라도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기초원천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당겨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학민 나노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미국 카네기 멜론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책연구사업관리단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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