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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도시환경디자인의 과제
[學而思] 도시환경디자인의 과제
  • 고성종 강릉원주대·산업공예학
  • 승인 2010.02.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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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디자인이란 순전히 어떻게 보이는가에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디자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다. 어떤 제품의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선 그 제품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원천기술 없이 애플사를 세계 최고의 컴퓨터 기업으로 이끈 창의적인 기업가,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전 세계가 그토록 열광하고 주목하고 있는 애플의 독특한 디자인은 단순히 유니크한 미니멀 디자인의 차원을 넘어선 듯 보인다. 공리성과 미의 절대성이라는 두 갈림길에서 외줄타기를 지속했던 긴 역사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어 놓았다. 디자인에 모든 기능을 포용한 것인데 즉,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美로도 인정하지 않음을 입증한 셈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비단 스티브 잡스에 의해서만 유독 표면화된 것은 아니다. 현대에는 ‘시간을 디자인 하라’, ‘삶을 디자인 하다’ 등의 문구들이 심심치 않게 쓰일 정도로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이미 우리 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삶을 영위하는 데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할 것은 의식주다. 현대에는 단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기능을 넘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고 활동하기 편한 실용적 디자인의 의복을 입는다. 음식 역시 먹기 좋게 시각적으로 디자인 된 것을 선호한다. 삶의 터전인 집 안에는 벽지, 커튼, 가구, 소품들을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고 배치하며 정기적이고 계절별로 또 상황에 맞게 바꾸기도 한다. 이처럼 이미 우리 삶의 모습 안에는 각자 정립된 미적 기준을 토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면면이 있다.

    조금 시야를 넓혀 우리 삶의 터전, 도시 주변 환경을 보자.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존재의 기본적인 역할에만 충실했던 요소들-예를 들면 도로, 표지판, 공원 등-이 현대에는 기본적인 기능을 포함해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새로 단장한 청계천 일대와 시청 앞 잔디광장, 광화문 개방 공간, 몇몇 대교들 중간에 전망할 수 있는 쉼터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공간 안에서의 휴식과 여유를 담으려 노력한 흔적들이다. 여기서 도시환경을 디자인할 때 중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심의 질적인 가치형성 구축과 인간 생활환경 전반에 걸쳐 미적가치를 추구하고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바로 도시환경디자인이다.

    도시환경디자인이 가능한 범위는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다. 가령 건축물(외벽), 거리, 시설물들-휴지통, 벤치, 가로등, 사인판 등-(기능을 가진)개방공간-산책길, 시장, 주차장, 도로 주변- 등이다. 현재 이 같은 도시환경은 수많은 기능을 내포해 디자인되고 있고 또한 디자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공간들이다. 이처럼 한국 도시환경은 여러 기능을 갖춰 연출 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 있어 몇 가지 난점이 드러난다.

   청계천 주변과 포스코 건물 앞에 세워진 유명 외국작가들의 조형물,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그냥 그저 잘 닦이고 잘 정돈돼 지역마다 비슷한 분위기의 공원들이나 개방 공간 등은 아직 자신만의 정체성과 취향이 정립되지 않은 한국 도시환경의 현 주소이다. 자신만의 특성대로 차별성 있는 지역적 색깔을 투영해 표정 있는 도시환경디자인으로 가꾸어져야 한다.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남의 것을 모방하는 無 취향에서 이제는 정체성을 가진 우리 고유의 미를 한껏 담고 표현할 시점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환경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인간 삶의 터전을 더욱 활기 있고 에너지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디자인의 본래 목적을 염두에 둔 긴 안목의 계획도 필요하다. 세련되고 거창한 장식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져 우리의 역사와 생각이 녹아 든, 후에 교육적 차원에서도 그 기능이 십분 발휘 될 수 있는 그러한 공간 말이다.

   우리는 집 안의 벽지를 고를 때, 그림 하나 걸 때 조차 색과 기능을 생각한다. 이는 미적인 차원에서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을 선택해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내가 쉴 곳의 환경이 심리적인 안정과 즐거움과 편안함을 가져다 줄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심리적인 평안한과 쉼의 기능이 중요하게 디자인적인 요소로 내재돼있는 것이다. 도시환경을 디자인하는 것 역시 이와 별반 다름없지 않은가.

고성종 강릉원주대·산업공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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