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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 밀집한 ‘클러스터’가 지식창출 이끈다
대학·기업 밀집한 ‘클러스터’가 지식창출 이끈다
  • 홍성훈 전북대·경제학
  • 승인 2009.11.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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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연구개발투자이 지식창출·지역발전에 미치는 효과

홍성훈 전북대·경제학
대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크게 지출측면과 지식측면에서 대학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지출측면에서의 역할은 지역대학의 교직원에 대한 인건비, 연구비, 실습비, 대학운영비 등의 지출과 학생들의 생활비 등 각종 지출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역의 소비, 고용, 지역내총생산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정대학의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 외에도 우리나라 대학수가 1980년 85개에서 2007년 157개로 2배 이상 증가했고 학생수는 4.8배, 교직원수는 2.6배 증가해 온 것을 감안하면 대학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개발 활동에 의한 지식생산과 총 요소생산성의 향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적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는데 지역경제의 역동적 성장 역시 이러한 연구개발 활동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학의 지식생산 활동이 공식적인 학술지를 통한 연구논문의 발표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다면 지식확산의 외부효과는 전체 국가 또는 전세계로 파급되기 때문에 대학의 지리적 위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지만 대학과 기업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비공식적인 대화를 통한 암묵적 지식의 교류가 지식확산의 통로가 될 경우에는 대학과 기업의 지리적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이 공간적으로 제약된 영역 내에서 기술이전, 암묵적 지식의 확산과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의 유도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실증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벨리, 노스캐롤라이나의 트라이앵글 파크와 같이 일류 연구대학 주변에 기술혁신의 집적지가 발달한 것은 지식의 확산에 있어서 공간적 제약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지역에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개발비가 투자되고 있다. 대전은 정부연구개발투자의 우위를 기반으로 GRDP(지역내 총생산)대비 총 연구개발투자비의 비율이 16.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GRDP대비 총 연구개발투자비의 비율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부산, 대구, 울산, 강원, 전북, 전남, 제주 지역이다. 이 중 부산, 울산을 제외한 5개 지역은 총 연구개발투자비의 50% 이상을 정부연구개발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대전은 정부연구개발투자에서 가장 높은 26.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총 연구개발투자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11.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특허출원에 있어서는 6.4%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울산, 강원, 전북, 전남, 제주 지역은 총 연구개발투자비와 특허출원건수의 점유율이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들 지표상으로는 연구개발 활동이 가장 저조한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 활동은 민간부문, 그 중에서 특히 기업이 주도를 해왔다. 2006년 현재 총 연구개발투자비 27조원의 77%인 21조원을 기업이 지출했고 특허출원에 있어서도 70% 이상을 기업이 담당했다. 대학은 총 연구개발투자의 10%인 2조7천억 원만을 사용했으며 특허출원은 불과 3.6%만을 점유했다.

Jaffe(1986, 1989)와 Greunz(2005)의 모형을 따라 지역의 지식생산(특허출원)이 기업의 연구개발투자, 대학의 연구개발투자, 기업 및 대학 연구개발조직들의 교류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형을 설정해 실증분석했다. 실증분석결과 특허출원에 대한 1인당 대학 연구개발투자의 탄력성은 0.710으로 1인당 기업 연구개발투자의 탄력성 0.184보다 훨씬 컸다. 이는 동일한 액수를 대학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보다 더 큰 지식생산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의 연구개발투자는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유발하고 역으로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대학의 연구개발투자를 유발해 대학과 기업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지식확산을 이끌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울러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조직 밀집도가 증가하면 지식창출이 증가한다. 지식확산에 있어서 공간적 측면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1인당 대학의 연구개발투자가 1% 증가하면 1인당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0.72% 증가했다. 1인당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1% 증가하면 1인당 대학의 연구개발투자는 0.15% 증가했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는 특허출원에 기여함과 동시에 대학의 연구개발투자와 기업의 연구개발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정부 연구개발투자가 1% 증가하면 1인당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0.43% 증가하도록 했으며 1인당 대학의 연구개발투자를 0.24% 증가하도록 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지식생산과 확산을 위해 정책적으로 정부 연구개발투자의 확대가 중요하며 공간적으로 클러스터의 형성과 같이 대학과 기업이 공간적으로 밀집해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식생산과 확산 활동이 뒤떨어지는 지역에 대해서는 대학 유치와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유발하고 대학과 기업의 교류와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확산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지난 21일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요약한 글입니다.

홍성훈 전북대·경제학

미국 오레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자원경제학회, 한국경제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기술 및 지식기반사회와 전북경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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