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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입시와 논술
[대학정론] 대학입시와 논술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09.11.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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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수능이 끝나고 수시면접을 치루면서 본격적인 대학입시 시즌이 시작됐다. 정시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수시에서 뽑는 입학생들의 수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어, 수시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크진 것이 올해 입시이다.
    수시에서 특별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논술이다. 지난해 논술고사를 치룬 대학이 29개교이고, 올해는 몇 개 대학이 줄어 개 대학이 논술시험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정원 대비 논술시험을 보는 학생수는 이화여대 22,7%, 연세대 29,7%, 고려대 38,9%, 서울대 41,4%, 경희대 46,1%, 서강대 49,4% 등으로 차이는 있지만, 100% 논술을 시행하는 대학은 없다.
    이를 단순히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논술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단순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수시모집에서 논술반영 비율을 보면, 반영률이 50% 이상인 대학이 21개교로 지난 해 반영률 50% 이상인 대학 16개교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실질 반영률은 지난해보다는 더 높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논술 시험을 치루는 대학들이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대학에 입학해서 제대로 학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뽑기 위한 하나의 잣대로 논술을 활용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여기서 왈가불가할 필요는 없다.
논술이란 글쓰기가 지니고 있는 특징상 논술을 통해 학생의 종합적인 역량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이다. 처음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채택될 때는 모든 대학들이 논술시험을 쳤다.

첫 논술시험 시행 이후 채점의 어려움과 부수되는 업무량의 과다, 효율성 등의 현실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많은 대학들이 입시에서 논술을 포기하게 이르렀다.    필자는 이 점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시 모든 대학입학 시험에서 논술이 시행되면서 고등학교 교육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입시위주의 수업에서 조금은 벗어나 학생들의 사고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대안적 방안으로서 독서와 글쓰기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객관식, 암기식의 교육 풍토에서 한계는 분명히 있긴하지만,  학생 스스로가 생각하고 해결해 갈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으로의 변화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논술 대비를 위한 판박이식 글쓰기 훈련으로 논술의 진정한 의도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파행적인 글쓰기 교육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논술학원의 성업으로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현실이 목격됐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하고 모든 대학에서 논술시험을 계속 치뤘더라면, 학교 현장교육은 상당히 달라졌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논술이 필요한 일부 학생들만 논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육현장은 논술준비를 해야 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으로 이원화돼 있다.
교육이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키워주는 활동이라면, 성적이 나은 상위권 학생이든 성적이 부진한 하위권 학생이든 똑 같이 스스로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을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논술이라는 글쓰기 하나로 이 모든 것을 다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있다는 점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있다. 입학사정관제도의 시행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는 또 다른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의 절감이란 측면에서, 일부 학생들에게만 부과되는 논술이 아니라, 대학진학을 생각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논술은 불가능할까.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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