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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서강대 교수 특채가 던진 질문들
[데스크 칼럼] 서강대 교수 특채가 던진 질문들
  • 최익현 편집국장
  • 승인 2009.11.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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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수 특채와 관련, 서강대가 내부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교수협의회측은 ‘정교수’로서의 자격 미달자들을 ‘정교수’로 신규 임용한 것을 집요하게 따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측은 총장 내규를 근거로 들어 ‘정교수’ 임용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일관되게 답변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불거진 교수 특채 문제는 ‘경쟁’을 강조하는 최근의 대학사회에 여러 가지 성찰점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절차상의 문제를 떠나 이번 ‘특채’는 한국 대학사회의 규범적 문제를 예민하게 건드리고 있다. 서강대라면 비록 규모는 작아도 학문적 내실과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세칭 ‘일류대’로 손꼽히는 대학이다. 질적 규모면에서 매우 우수하고, 학문적으로 정평있는 곳에서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정교수’로 특채해 학교 발전에 어떤 도움을 받겠다는 발상인데, 이 발상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차관을 역임한 인사들을 ‘정교수’로 특채해 연구와 강의에 주력하지 않고 ‘학교발전’에 기여하게끔 한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지만, ‘부적절한 활용’을 의심하게 만든다. 많은 대학들이 공직에서 물러난 관료들을 학교로 영입하는 데는 이런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둘째, 전직 관료들의 떳떳하지 못한 행태다. 특히 이번 서강대의 경우 ‘정교수’로 특채된 한 인사의 행보는 더욱 석연치 않다. 그는 2008년 9월 비정년트랙 연구 전임교수로 임용됐지만, 2009년 3월 교수직을 휴직하고 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휴직 중 연구 전임교수를 사퇴하고 올 9월 정교수로 신규 특채됐으나 또 다시 휴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는 영리직 겸직이 허용되지 않음에도 그는 번번이 교수직을 ‘휴직’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되풀이했다.

셋째, 교수협의회측의 문제제기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불성실한 태도다. 대학 자율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교과부가 대학 내부 문제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분명 곤혹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자율성 존중과 문제 認知는 다른 사안이다. 문제제기에 정당하게 답변할 의무가 있음에도 궁색하게 대학측으로 답변을 떠넘기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대체 교과부의 책무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관료나 유력자의 힘을 활용해 발전을 꾀하겠다는 대학들의 발상은 자칫 대학 자율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지경으로까지 이를 수 있다. 이런 손쉬운 발상이 관행처럼 대학사회에 받아들여지면서 ‘과정’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학문 탐구의 본령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최익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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