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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4대강, 독선의 비극
[딸깍발이] 4대강, 독선의 비극
  • 교수신문
  • 승인 2009.11.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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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 편집기획위원 / 계명대·환경학부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사업이 끝나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과정과 운영시에 예상되는 환경부하를 예측해 저감방안을 제시하는 행위로 보통 1년 정도 걸린다.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든가 환경 각 분야의 전문가 검토위원들의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에는 보완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국토를 개조하는 대공사로, 이 사업의 강행이 수질을 악화시키고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며, 홍수 시에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논란이 큰 사업이다. 이 사업의 규모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면 일반 환경영향평가 작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가들이 엄격하게 검토 작업을 해야 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4대강 사업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낙동강의 사례를 살펴보자.

    낙동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구·경북권역(제2권역)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착수 계약은 올해 6월 25일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서의 초안(1차 결과서)이 7월 말에 나왔다. 용역착수 계약에서 초안서 제출까지 불과 1개월이 걸렸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에 길게 위치해 있는 낙동강에 대한 환경조사와 환경부하 저감대책을 수립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 그 정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8월과 9월에 4개 지역에서 주민설명회, 10월 28일에 전문가 검토회의가 열렸다. 3시간 동안 이루어진 전문가회의에서는 이구동성으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대행업체의 답변은 궁색했고, 담당공무원은 정치적 결정에 의한 사업이라 일선 담당자로서도 어쩔 수 없고, 어떤 일이 있어도 11월 중으로는 동의를 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4대강 사업을 수행할 사업자들이 이미 올해 10월에 정해졌었고, 공사방식은 턴키방식이다. 턴키방식은 “시공업자가 공사에 대한 재원조달, 토지구매, 설계와 시공, 운전 등의 모든 서비스를 발주자를 위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4대강 사업이 턴키방식으로 정해졌다는 것은-물론 공사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건설방식을 다소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이미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방식이 다 정해졌고, 환경영향평가는 무의미하게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4대강 사업이 이렇게 서둘러야 할 시급한 사업인가. 4대강에 홍수가 난 것도 아니고, 유해물질이 방출된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대통령의 임기 내에 준공하고자 한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이번 전문가 검토회의에서 사업자와 담당 공무원에게, 강의 본류 바닥을 6미터 정도 파내면 지천과 본류 사이에 경사가 심해져서 지천의 모래가 급하게 본류로 휩쓸리고, 그러면 지천의 강둑도 위험해질 텐데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질의해 보았다. 그런 일이 없도록 지천마다 막음공사를 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런 식이라면 2012년 12월에 4대강 사업이 준공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하천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셈이다. 왜냐하면 낙동강만 하더라도 800개를 훨씬 넘는 지천이 널려 있는데, 지천의 하상이 파손되지 않도록 공사를 하려면 ‘백년하청’이 될 것이다. 양계와 양식을 하듯이 한반도의 하천을 인위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연안해역의 풍부한 생태환경은 하천이 영양분과 토사를 보급해 주기 때문인데, 4대강 사업 후에는 매년 하천의 토사를 내륙에서 인위적으로 파내게 돼 연안으로 공급할 것이 없어지게 된다. 그 문제에는 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자연은 서로 연계돼 있기에 우리가 하나만 조작해도 그 영향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데, 그 영향의 끝이 어디인지를 오늘날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가 없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교만이자 도전이다. 지금이라도 독선의 폭주를 멈추어야 한다. 자연과 역사의 응징이 두렵지 않은가?

김해동 편집기획위원 / 계명대·환경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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