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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분할’은 비효율만 초래 … 관공서 이전 효과 기대는 구태
‘정부 분할’은 비효율만 초래 … 관공서 이전 효과 기대는 구태
  • 전영평 대구대·도시행정학과
  • 승인 2009.11.0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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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계획 수정 어떻게 보십니까]찬성

중앙행정부처를 둘로 분할해 행정중심복합도시(이른바 세종시)에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정운영의 복잡성, 국가 위기관리의 신속성, 국정 조정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외면하는 시대착오적 주장이다. 정책 기획·조정을 하는 본부와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 간의 지역적 분산은 효율성과 반응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으나, 본부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를 인위적으로 분할해 지역 분산을 시키는 일은 그 발상과 기대효과에 있어 너무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필자는 세종시를 충청권의 자족형 신도시로 발전시키자는 데에는 큰 이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 국회, 기타 유관 행정기관과 상시적 접촉을 해야 하는 중앙행정부처를 지역적으로 분할하는 일은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지나치게 불합리한 정치적 선택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일부 인정한다 할지라도, 9부2처2청에 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을 세종 신도시로 이전시키는 일은 관치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발상인 동시에, 지역개발에 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국정운영의 합리성만 심각하게 저해하게 될 것이다.

20세기 후반 들어 민주화, 세계화, 분권화 등의 진전으로 중앙정부의 기능은 주로 국가통치에 필요한 권력적 작용이나 정책 기획의 기능을 담당하는 식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마디로 중앙행정부처가 시장과 시민사회를 통제하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이른바 ‘관공서 이전 효과’는 더 이상 크게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역 개발과 관련해 ‘관공서 이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과거 강력한 권력을 구가하던 행정부가 경제와 시민사회를 지배하던 시절에나 가능한 구태의연한 일이다.  

중앙행정부처의 과천 이전 사례에서 보듯이, 중앙행정부처 이전이 과천 지역의 산업체 유치나 지역 개발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는 중앙행정부처가 수행하는 기능이 주로 자기 분야의 기획 기능(집행 기능이 아닌)에 한정되며, 실제 정책의 집행은 지역정부에서 수행되기 때문이다. 시장기능이 확대되고 세계화되면서 더 이상 기업들이 중앙정부를 따라 이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정부 또한 기업의 이전을 강요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됐다. 시민의 경우에도 중앙정부와의 지역적 밀착으로 인해 크게 얻을 만한 행정서비스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종시 이전 찬성론자들은 법적 근거와 대통령 후보 시절의 정치적 약속, 국정신뢰 상실 등을 이유로 강력한 이전을 촉구하고 있으나, 정치가들의 얄팍한 속셈에 의해 합의된 정책이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해서 그 법을 공익과 이치에 맞게 수정하지도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억지 주장이 된다. 오늘날 지방자치제도 역시 헌법 규정의 수정에 따라 이루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잘못된 정책을 바꾸면 오히려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정부 분할을 시도한 국가 중에서 극심한 비효율과 국정혼란에 빠지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최근의 정부 분할 시도는 재고돼야 하며, 그 대신 세종시를 (정부 분할 방식이 아닌)다른 방법으로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당초 원안대로 정부 청사를 계속 건설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사 건설은 현재 진행 중으로 올 하반기면 1단계 2구역이 착공하게 되는 바, 아직까지는 매몰 비용이 많지 않은 상황으로 막대한 행정 비능률이 예상되는 ‘정부 분할’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분할식’ 도시건설 패러다임을 조속히 수정하고 세종시가 미래지향형 첨단산업 및 교육·연구·과학도시로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 정부의 약속만 믿고 있다가 여러 가지 형태의 피해를 보고 있는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정부가 충분한 피해복구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영평 대구대·도시행정학과

한국정부학회장, 한국규제학회 편집위원장, 대구경실련 대표 등을 지냈다. 「한국지방자치 재조정을 위한 시론」 등의 논문과 저서로 『분권과 헌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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