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9:00 (토)
[學而思] 필로크라테스의 성공
[學而思] 필로크라테스의 성공
  • 조열제 경상대·수학교육과
  • 승인 2009.11.02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5년 전,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한 은사님께서 수업을 결강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지금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교수가 된 지금 가능하면 결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은사님의 말씀이 동기가 돼 이 글을 썼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자기 나름대로 좋은 수업방법을 개발해 실시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내 나름대로 강의를 이렇게 하고 있다. 즉, 수업시작 5분 전에 교실에 입실하고 가능하면 5분 후에 강의를 마친다. 책상 걸상 줄이 바르지 않고, 주위가 깨끗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혼이 난다.

출석은 거의 부르지 않지만 수업시작 후에 입실하는 학생은 모두 결석으로 처리한다. 절대로 결강은 하지 않지만 불가피한 출장 시에는 꼭 토요일 또는 일과 후에 보강을 한다. 학기마다 수학과 관련되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꼭 쓰게 하고, 가끔은 수업시간에 좋은 시를 읽어 주며 수학사 및 수학철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도록 독려한다. 리포트 제출을 위해 일주일간의 여유를 준다. 중간·기말·수시 고사 등 모든 시험은 무감독이고, 이들 시험은 대개는 수업시간 외에 치도록 한다. 모든 수업은 가능하면 영어로 강의한다. 용모가 불량한 학생은 그 자리에서 주의를 준다.

수학교육과 학생이라는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도록 하고, 졸업 후 훌륭한 수학교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도록 한다. 

    내가 이렇게 수업을 하는 이유는 학생과 교수인 나 사이에 서로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고, 학생들이 강의 시간이나 학교 및 가정생활을 규칙적으로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이고, 또 졸업 후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늘날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간의 신뢰와 관심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교육자이면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렇게 무너진 신뢰와 관심이 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교실 현장에 무너진 신뢰와 관심을 계속 방치한다면 학교교육의 붕괴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은 뻔하다. 흔히,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선생은 많아도 스승이 없고, 학생은 많아도 제자는 없다.”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이런 말을 듣는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신뢰 회복의 방법을 줄 수 없지만, 한 가지 좋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래 동안 테니스를 아주 좋아는 했지만, 테니스 선수들에게 스포츠 정신의 함양을 위해서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심판이 없이 대회를 치루도록 한다는 공식 테니스대회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어느 책을 읽고 알았다. 서울 장충테니스 코트에서 해마다 열리는 국내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호배 전국 주니어테니스대회이다. 경기를 잘 진행하기 위해 몇 가지 규칙만이 있단다.

첫째, 선수들이 스스로 판정한다. 둘째, 공이 떨어진 코트의 선수가 상대 선수가 알아듣도록 ‘아웃’ 또는 ‘폴트’를 큰 소리로 외쳐야 한다. 셋째, 판단과 콜은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해야 한다. 넷째, 애매한 경우에는 항상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판정한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고 스포츠의 모든 대회가 본받아야 할 규칙이다. 이런 좋은 제도가 우리나라의 초중등 및 대학교의 모든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교실에까지 확대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 테니스대회처럼, 학교 교실에서도 학생들과 선생님들 간에도 신뢰가 회복돼 학생과 선생의 관계에서 제자와 스승의 관계로 하루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본 받아야할 선생님 한 분을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어느 날,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길거리에서 헌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한 소년, 필로크라테스에게 이렇게 약속을 했다. “내가 자네를 가르칠 수 있게 해준다면, 자네가 일을 해서 번 돈만큼 내가 주겠네.” 피타고라스에게는 성실하고 영리한 젊은 제자를 가르치는 일은 스승으로 매우 신나는 일이였다. 그 후, 필로크라테스가 너무 열심히 일을 했고 빨리 배웠기 때문에 피타고라스의 돈주머니가 금세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피타고라스는 필로크라테스에게 이제 가르침을 중단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필로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제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대가로 제가 선생님께 돈을 드리겠습니다.” 훗날, 피타고라스로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은 필로크라테스는 한 사회인으로 성공을 했다.
이 이야기처럼,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도 사제지간의 신뢰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조열제 경상대·수학교육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