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5:45 (토)
[대학정론] 심미적 교육이 아쉽다
[대학정론] 심미적 교육이 아쉽다
  • 교수신문
  • 승인 2009.11.02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서울을 관광하는 외국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서울의 풍물은 옛것과 새로운 것의 극심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최신식 고층건물들과  옛 건물이 이상하게도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게 풍기는 파격적 부조화의 풍치를 빗대려는 말일 수 있다. 대학 캠퍼스라고해서 예외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학 이곳저곳의 구조물을 보고는 구조화된 부조화에 눈을 내리깔기 마련이다. 한국 대학이 저들의 대학에 비해 학문적으로 뿐만 아니라, 환경에 있어서도 한참 뒤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대학생들의 심미적 감각은 상당히 혼탁하다. 그것이 대학생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그런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들도 대학을 바라보는 문화적 심미안이 뒤쳐져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예술교육이 다른 그 어떤 교육에 비해서도 뒤떨어졌기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부작용이다. 우리가 자라온 바탕이 예술교육의 환경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공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음악·미술·체육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내신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실기’일 뿐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예술교육은 예능 전공자들의 전유물일 뿐이다.

대학에서도 예술교육을 경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예술사, 악기 연주, 스키, 골프, 무용 등 다양한 교양 과목을 개설하기는 하지만, 대학생들이 그것을 여가로 받아들일 마음은 그리 넓지 않다. 취업 준비에 대한 공포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부터, 정신 있는 대학생들이라면 흔히 취업 5종 세트에 매달리게 된다. 학점, 어학, 인턴십, 봉사활동, 공모전 준비를 위해 조건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예술 분야에 친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별안간 대학이 제공하는 교양 과목을 듣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예술과 친숙한 학생들에 비해 받게 될 낮은 학점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투자등을 고려할 때 그런 교양과목들을 수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여러 예술관련 기관들이 나서서 예술교육진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그들의 문은 육중하고, 내용은 무거우며, 위압적이다. 예술을 마치 그 어떤 특정계급의 전유물처럼 생각하거나, 철학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예술은 생활이며, 숨쉬기이며, 밥과 같은 것이다. 예술은 바로 만지고 걷고, 포옹할 수 있는 그런 생활친화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뚫리고, 펼쳐진 생각이 필요하다. 마치 미국의 링컨센터인스티튜트(LCI)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 경험장 처럼 예술은 밥이며 숨쉼과 같으며, 움직임이며 만짐이라는 생각들이 예술교육의 토양이 돼야 한다.

링컨센터인스티튜트에서 추구하는 예술교육은 창조적 사고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들은 교육과 예술 사이의 상관성에 주목하여, 미적 교육을 통한 상상력 학습을 시도한다. 워크숍과 기술습득 훈련을 거쳐 각 학교로  TA(Teaching Artist)들을 보낸다. 그들은 ‘예술을 교육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저들은 참여와 질문, 토론을 통해 예술이 삶이며 일상이라는 각자의 방법과 답을 찾는다. 예술을 위한 기교를 익히기보다는 예술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부터 쌓는다. 저들 예술 교사들은 통합적 사고 능력, 창조적인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게 하는 예술적인 열린 사고의 힘부터 키운다.

예술은 개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예술의 힘이 국력을 뒷받침하고, 문화에 대한 國格을 높여주는 토대가 된다. 예술이 국가의 부를 창출한다는 말은 그 언제나 들어도 실감이 난다. 예술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만이 예술을 통한 국부창출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 수준의 향상은 국가 산업의 발전과도 직결돼 있다. 기업과 조직에서도 예술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사회적 변화 속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술적 감각이 바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고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예술교육은 상상력과 통합적 사고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한준상 논설위원 /연세대·교육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