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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國監조차 비껴간 강사 현안
[대학정론] 國監조차 비껴간 강사 현안
  •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09.10.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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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감에서도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시간강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비껴가고, 시간강사들의 강의 담당비율이 높다는 점만 시비의 대상이 됐다.
올해 국감자료에 의하면, 전국 4년제 대학들이 시간강사들에게 담당시킨 강의 담당비율은 평균 45%에 달한다. 이는 2008년의 34%에 비하면, 10% 이상이나 증가한 추세이다. 상대적으로 전임교수 확보율은 2008년 79,2%에서 2009년에는 77,5%로 떨어졌다.

물론 대학에 따라 조금의 편차는 있지만, 이러한 수치만 보더라도 대학교육에서 시간강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강사들이 제대로 된 신분보장과 지위를 가지고 대학교육에 전념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의 신분이나 처우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요원한 문제처럼 보인다. 
 지난 2003년 대학 시간강사의 자살사건 이후, 국가인권위는 대학시간강사제도 개선 검토 결정문(2004년 6월)을 발표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대학시간강사는 전임교원과 비교해 근무조건 신분보장 보수 및 그 밖의 물적 급부 등에 있어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고, 그 차별적 대우는 합리성을 잃은 것이어서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또한 결과적으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도 훼손될 우려가 있어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진(현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학문후속세대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을 펼치고, 각 대학들도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시간강사들의 신분과 처우개선을 제대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난 16대 국회에서는 고등교육법의 일부를 개정해 시간강사가 교원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그 법은 상정되지 못했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국가나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부수되는 짐들이 현실적으로 많다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그러나 대학이 정말 학생들의 교육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고 하면, 시간강사들의 신분과 처우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질은 교육을 맡은 교수들의 교육 역량과 질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강사들이 맡고 있는 많은 강좌들이 전공강좌도 있지만, 이른바 교양강좌란 점에서 시간강사들에 대한 배려는 더욱 필요하다. 한국대학에서 전통적으로 교양강좌는 대학 신입생들이 적당히 거쳐지나가는 과정으로 인식했던 적이 많다. 그래서 교양강좌는 아직까지 시간강사들의 몫으로 관례화되어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세계대학들은 풍부하고 다양한 교양강좌를 개발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이수하게 함으로써 전공기초를 더욱 든든하게 떠받쳐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대학들이 교육의 수준을 제대로 끌어올리려면, 이 교육을 담당할 주체인 시간강사들이 제대로 역량을 갖추고, 젊은 세대들에게 비젼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교육할 수 있는 신분의 보장은 기본이라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전임교원과 같은 신분보장이나 처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차선책으로 시간강사들이 미래의 학문후속세대로서 자존감을 가지고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는 대책은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국가나 일부 단체에만 위임해 둘 일이 아니고, 대학의 미래를 위해 대학 구성원 스스로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지금 대학에 전임교원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교수 중에 시간강사의 고된 골짝 길을 경험하지 않은 교수가 과연 몇 분이나 될까. 그 고된 시간 몸소 겪었던 무수한 자존심의 상처들과 자괴감이 그리 쉽사리 잊혀질까. 개구리 올챙이 시절 잊듯 시간강사의 시절을 낭만적 추억거리로만 기억한다면, 이것이 대학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남송우 논설위원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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