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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파급효과보다 더 큰 연구 생산성 손실 초래
경제적 파급효과보다 더 큰 연구 생산성 손실 초래
  • 김도현 국민대·경영학부
  • 승인 2009.10.1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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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창업이 교수·연구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중소기업청의 2007년 보도자료에 따르면 교수나 연구원의 창업 성공률은 72.7%로 일반적인 창업 성공률 55%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박사급 고급 인력의 90%이상이 근무하고, 평소 연구에 투자가 많은 대학 및 연구 기관은 기술기반의 벤처기업을 창업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8년 12월 국회에서 통과 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개정안에서는 교수·연구원이 소속기관장의 허가를 받아 벤처기업의 창업이나 참여 등의 활동을 겸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개정안을 통해 교수·연구원의 실험실 창업이 자유로워 졌고, 실제로 실험실 창업의 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이렇듯 실험실 창업에 관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교수·연구원의 창업이 그들의 본 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일부의 연구는 창업의 기회비용으로 순수 연구나 학생 지도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상업화가 가능한 연구에만 집중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창업이 창업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연구 자금을 용이하게 유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환영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공계 중심의 K대와 기초 연구기관인 S연구원의 창업 연구자를 대상으로 창업이 연구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창업을 하지 않는 대조군과의 비교를 통해 창업 연구자가 통상적으로 우수한 연구자인지, 그리고 창업 전·후의 연구 성과에는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실증분석을 수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 생산성 지표로서 논문 발표, 특허 수, 발표 학술지 수준을 측정해 가설을 검증했다.

    K대의 총 75명의 연구자 중 창업을 경험한 연구자는 총 25명 이었고, 그렇지 않은 연구자는 총 50명 이었다. 창업 연구자들은 10년간 평균적으로 2.35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0.72개의 특허를 받았다. 대조군의 연구자들은 10년간 평균적으로 3.23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0.40개의 특허를 받았다.

    S연구원의 경우, 총 20명의 창업 연구자의 데이터가 사용됐고, 창업 연구자들은 10년간 평균적으로 0.16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0.04개의 특허를 받았다. 같은 기간 S연구원의 전체 연구자들은 10년간 평균적으로 0.70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0.07개의 특허를 받았다.

    K대의 경우 창업자와 대조군 사이에 연구 성과에 있어 특별한 차이를 발견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창업자의 창업 전·후 연구 생산성 비교에서 연평균 국내일반학술지 논문 수가 창업 후에 감소하는 결과를 얻어, 창업이 국내일반학술지 논문 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연평균 국제일반학술지 논문 수에서도 창업이 이후의 연구 생산성에 약하긴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S연구원의 경우 창업을 한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이 전체 S연구원의 평균 연구 생산성보다 낮게 나타나 창업을 지향하는 연구자들은 연구보다 상업화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개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창업을 경험한 연구자가 창업 후의 연구 생산성이 이전에 비해 감소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연구원에서의 창업은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창업과 연구자들 간의 관계를 모두 설명 할 수는 없다. 이 연구에서는 분야, 나이, 학풍 등과 같이 다양하게 논의돼 오고 있는 연구 생산성에 관련된 모든 조절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교수·연구원의 표본의 수가 너무 적고, 그 대상도 한 개의 대학과 한 개의 연구 기관에 한정돼 있었으며, 창업 자체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전·후의 각 1년을 배제하는 문제점이 내포돼있어, 국내 연구자들과 창업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설명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창업이 연구자 개인의 연구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일부 근거를 찾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과 연구 생산성의 관계를 규명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창업이 연구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연구자들의 창업으로 인한 기술적, 경제적 파급효과와 연구생산성의 감소를 정교하게 비교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현재의 산학협력 사업이나 정부의 실험실 창업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관련한 일련의 행동들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적극적으로 장려되고 있는 연구자들의 창업이 그 기술적, 경제적 파급효과에 비해 더 큰 연구생산성 손실을 가져온다면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대단한 손실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지난 10월 10일 열린 한국경영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창업이 교수·연구원의 연구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최윤수 국민대 경영학부 석사과정 학생과 함께 썼다.

김도현 국민대·경영학부

서울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경영학을 공부했다. 기업과 산업, 기술경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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